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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장애인인권# 장애인차별# 장애인차별금지법

[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내가 선택하겠다’, 약자에서 시민으로의 이행 : 놀이시설 장애인 차별 사례발표 및 대안모색 토론회 후기

일시 : 2023.10.30.(월) 13:30~16:00

장소 :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2007년 제정되어 올해로 시행 15년을 지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를 사유로 정당 한 사유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재화. 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등 하지 않은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의 등을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7조에 따르면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 전반에 관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나아가 장애인권리협약 제30조는 장애인의 레크레이션, 관광, 여가활동 및 체육활동에 대한 서비스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 놀이시설과 같은 즐거움을 선택하여 향유할 수 있는 것은 ‘권리’이다.

그러나 국내 가장 큰 놀이시설인 에버랜드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일부 놀이시설의 이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시각장애인 차별 사건에 대하여 2015년 소송이 제기되었다.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이용 제한 소송에 대하여 1심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의 관련 내용들을 삭제하라고 판결하였으며, 이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의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였다. 또한 시각장애를 이유로 놀이시설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안전상의 이유는 인정할 수 없으며, 더 위험할 것이라는 것도 추측에 불가하기 때문에 장애인차별행위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후 에버랜드 측은 즉시 항소하였고, 2015년 시작된 소송은 202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타 놀이시설에서도 장애인이 놀이기구 탑승 시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비장애인(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일 역시 빈번히 발생했다.

이 밖에도 토론회에서의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시각장애인의 맹인안내견 탑승을 거절하는 사례, 뇌병변장애인이 레일바이크라는 기구를 이용하려고 하자 장애인의 상황과 의사를 모두 무시한 채 위험하다고 이용을 거부하는 사례 등 이미 오래전부터 각종의 여가활동에서의 놀이시설들에서 장애인의 이용을 안전 등의 이유로 제한하고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놀이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단지 놀이시설의 이용을 ‘내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없이 놀이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놀이시설 회사가 할 온전한 책임이다. 판례에서도, 판례 외의 타 놀이시설의 사례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놀이기구 이용 제한의 이유는 매번 ‘안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고가 일어나면 장애인, 비장애인 여부에 상관없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회사는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놀이시설을 이용할 권리의 타율적인 결정을 내림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안전을 담보하려는 노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오늘 토론회에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내가 결정하고 내가 선택한다는 권리에 대한 외침이다. 소수자의 기본권보다 다수의 개인의 자유를 월등히 중시하는 여론은 이 외침을 묵살한다. 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막연한 명제만으로는 무엇이 차별이며, 배제인지 알게 할 수 없다.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를 베풀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 마땅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시민으로 보아야 한다. 박탈당한 접근성과 권리는 사회적 차이를 심화시키고, 그 차이는 우리의 편견과 차별을 만들어 낸다. 약자를 구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법이다. 약자와 소수자의 문제를 보다 선진적이며 적극적으로 법제화함이 필요하며, 약자에서 시민으로의 과정을 법체계가 선도해야 한다. 국가는 법리라는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해주어야 하며, 개인과 사회에 소수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절실하고, 우리는 일상에서의 익숙함을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만 한다.

글_방세은(공감 38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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