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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동성혼# 리미티드파트너십# 성소수자

“그냥 결혼이야” – 제13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다큐멘터리 “Limited Partnership”(리미티드 파트너십) 관객과의 대화

2023년 11월 4일 토요일 저녁, 서울 명동 CGV 씨네 라이브러리, 제13회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의 화제작 “Limited Partnership”(리미티드 파트너십)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습니다. 공감의 김지림변호사가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상영 후 무려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인 망고 커플, 은초비 커플♡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섹션인 ‘오픈프라이드섹션’에서 매회 특정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가치와 권리에 대한 영화를 소개하는데요. 2020년에는 ‘난민’을 주제로 하여 국경을 넘는 성소수자난민의 이야기를 전했던 반면(‘정착’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제10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 다큐멘터리 “Unsettled(언세틀드)” 관객과의 대화), 2023년 올해 섹션의 주제는 바로 ‘혼인평등’이었습니다

[사진설명] 국제앰네스티 X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 “그냥 결혼이야” 특별상영회 – ‘리미티드 파트너십’ GV안내와 영화 소개 (사진 출처 : 국제앰네스티

이 다큐멘터리는 1971년 미국에서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결혼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 명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한 동성커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했던 1970년대부터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합법 판결까지 미국 동성혼 운동의 길고 긴 역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큐 속 커플 토니(호주 출신)와 리처드(미국 출신)는 오로지 ‘함께 있기 위해’ 40년 넘는 투쟁을 시작합니다. 이성커플이었다면 혼인신고를 하여 영주권을 받는 것으로 순식간에 해결될 일이었으나, 동성결혼이 불법이었던 당시 미국 이민국은 “호모새끼들(Two Faggot)사이에 결혼은 성립될 수 없다”는 공문을 통해 토니의 영주권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호주에 있는 토니의 가족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의절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만이 유일한 옵션이었던 이들 커플은, 결국 토니가 강제추방결정까지 받게 되자 헤어지지 않기 위해 함께 출국하여 전 세계를 떠돌다 결국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토니는 밀입국을 한 것이고 이후 쭉 미등록체류자로 제대로 된 취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건강보험 등 여러 혜택에서 제외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성소수자 국제커플의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해온 이 커플 역시 한국에서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체류 문제로 너무나 고통 받아 왔고 지난 2년 간 이들의 케이스를 대리하며 그 고통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단순한 다큐멘터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큐 상영이 마무리되고 무려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망고커플, 은초비커플과 앰네스티 명희수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망고커플과 은초비커플은 모두 성소수자커플로 각 커플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유튜브로 공유하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진 설명] ‘리미티드 파트너십’ 영화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지림 변호사 (사진출처 : 국제앰네스티)

두 커플은 동성혼이 허용되지 않는 지금의 한국에서 동성커플로서 살며 마주했던 벽들 – 의료적 비상상황에서 보호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 대출 및 신혼부부 특공 등 부부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에서 제외된 경험들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제도적 한계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두 커플은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 두 부부가 용기 있게 자신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것처럼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앨라이(Ally, 성소수자 지지자)들 역시 일상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맞서 달라는 메시지까지 남겨 주었습니다.

성소수자 차별 대응을 하는 변호사로서 발언을 한 저는 다큐멘터리와 유사한 상황의 커플을 조력한 경험을 나누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최근 동성커플 피부양자 소송 결과 그리고 최근 발의된 혼인평등 3법에 대한 소개를 하였습니다. 유쾌하게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공감 홍보도 잊지 않았습니다 🙂

[사진 설명]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후 사회자, 패널들과 함께 (사진 출처 : 국제앰네스티)

다큐멘터리 속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미국 전역에 동성혼인이 금지되어 있고,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입국조차 거부되던 1975년 콜로라도의 볼더(Boulder)라는 지역의 한 법원 서기가 자신의 양심과 주어진 재량에 따라 다큐멘터리 속 커플을 포함해 총 6쌍의 동성커플의 혼인 신고를 수리하였습니다. 결국 전국적으로 엄청난 논란이 되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해당 혼인 신고 수리는 법적 효과가 없다’라고 선언하여 무효가 되고 말죠.

하지만 다큐 속 커플을 포함한 수많은 성소수자들의 끊임없는 도전 끝에 약 40년이 지난 201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성간의 혼인만을 인정하는 ‘결혼보호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고, 2015년 한 법원 서기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동성커플의 혼인신고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자 해당 법원은 즉시 그 서기를 법정 구속하였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다큐 속 커플 중 미국인이 아니었던 토니 역시 1975년에 무효화 되었던 바로 그 혼인신고에 근거하여 결국, 2016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되었다는 기사 역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정말 바뀌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해 공감 장서연 변호사도 참가했던 ‘미워해도 소용없어’라는 성소수자인권증진 캠페인을 진행했던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본 다큐멘터리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등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는데요. 앰네스티는 공감이 함께하는 군형법 92-6 폐지 소송,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인정 소송, 퀴어문화축제 등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활동에 항상 함께 해 온 파트너단체입니다. 특히 올해 2023년 2월 동성커플 피부양자 지위 인정을 위한 소송에서 승소하였을 때, 기일마다 지지 방문을 해온 앰네스티 동료들과 벅차오르는 기쁜 순간을 함께 한 기억이 납니다.

동성커플 피부양자 사건처럼 각 제도마다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없애는 활동을 하면서 울고 웃는 날들이 많겠지만, 결국 이렇게 함께 꿋꿋이 나아가다보면 그 견고한 벽을 넘어 ‘혼인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서연변호사가 말한 것처럼, “미워해도 소용없어,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김지림

# 국제인권센터# 성소수자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