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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여성인권# 취약 노동

성희롱-성추행-스토킹 없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765계명

9월 14일 신당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이 같은 회사의 동료의 스토킹 범죄로 사망했습니다. 가해자는 수개월에 걸쳐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협박했고, 끝내 살해했습니다.

피해자는 도망치지도 않았고 그저 침묵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의 직장에서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겪는 피해에 대하여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첫 번째 고소 때에는 경찰의 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두 번째 고소 때에는 피해자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2019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370여 차례 만남이나 합의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가해자를 직위해제 처리하였지만 여전히 가해자는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고 접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도 경찰도 서울교통공사도 가해사실을 알았지만, 가해자의 살해 행위를 막지 않았습니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회사가 안전보건의무를 다하지 않은 산업재해이자,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했던 공권력이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이고,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죽게 된 여성혐오 범죄입니다.

또 다시 여성 동지를 잃어야 한 황망한 마음과 분노에 직장갑질119의 노무사 한 분을 중심으로 직장갑질119 내의 젠더폭력특별대응팀이 꾸려져 직장 내 젠더폭력에 관한 이메일 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젠더 폭력 없는 직장을 위한 ‘직장 생활 <성희롱·성추행·스토킹 없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7·6·5계명> 만들어졌습니다. 지침이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젠더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직장인 행동지침인 직장생활 7계명, 젠더폭력 예방 및 처리의 최종 책임은 회사에 있음을 확인하는 회사 대처 6계명, 피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대응법인 피해자 5계명을 만들었습니다.

 

성희롱·성추행·스토킹 없는 직장 만들기 <직장생활 7계명>

  1. 구애도 반복되면 폭력입니다.
  2. 착각하지 맙시다. 상사에게 보인 호의가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3. 불필요한 사적 만남을 요구하거나 사적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4. 직장생활은 연애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함부로 엮지(짝짓지) 않습니다.
  5. 사생활은 궁금해하지도, 소문내지도 않습니다.
  6. 부적절한 농담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7. 다양한 성별·성적 지향을 이해하고 다름을 존중합니다.

 

성희롱·성추행·스토킹 없는 직장 만들기 <회사 대처 6계명>

  1. 예방 및 대응의 가장 큰 책임은 회사에 있습니다.
  2.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스토킹이 발생하는지 살핍니다.
  3. 피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초기에 단호히 대응합니다.
  4. 피해자 보호와 복귀가 최우선 목표입니다. 피해자의 상황과 의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5.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스토킹 예방 및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충분히 알립니다.
  6. 소문이나 험담, 억측은 피해의 씨앗이 됩니다.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합니다.

 

성희롱·성추행·스토킹 없는 직장 만들기 <피해자 5계명>

  1. 가해자의 사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피해 발생 사실에 집중합니다.
  2. 회사에 피해자 보호 조치를 포함한 사건 처리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기억합니다.
  3. 접근·미행·감시·문자·물건 전달 행위는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합니다.
  4. 구체적인 증거를 최대한 확보합니다.
  5. 피해가 발생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합니다.

 

어쩌다보니 젠더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직장인 행동지침인 직장생활 7계명, 젠더폭력 예방 및 처리의 최종 책임은 회사에 있음을 확인하는 회사 대처 6계명, 피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대응법인 피해자 5계명까지 3개의 지침을 만들었지만 사실 가장 핵심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가지입니다.

 

  1. 회사의 노력으로 회사 구성원 간의 스토킹, 성희롱, 성추행 등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으며 회사에서 발생한 스토킹, 성희롱, 성추행 등의 젠더 폭력에 대한 책임은 회사에 있다.
  2. 타인의 의사와 사생활을 존중하자. 부적절한 농담도, 원치 않은 구애도, 함부로 엮는 행위도 본질적으로 동료의 의사와 사생활을 존중한다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인 노무사들과 변호사들의 경험을 토대로 765계명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원치 않은 구애, 스토킹, 직장 내 성희롱 우리에게 너무 낯선 일이었다면 아마 765계명을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고 했을 때 교통공사는 “여성노동자를 야간 당직에서 빼겠다”고 답했습니다. 살고 싶다는 말은, 낮에도 밤에도 살고 싶다는 말인데, 여성이 죽지 않기 위해서 여성이 밤에 일하면 안 된다고 대답하는 것은 여성은 결코 온전한 동료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밤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아니라, 밤에 일해도 죽지 않는 세상, 여성이 아니라 동료이기를, 여성이 아니라 인간이기를 원합니다.

 

* 직장갑질119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활동하는 단체로 직장인들과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직장에서 겪는 갑질과 부당한 대우를 상담하고 공론화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직장인들이 스스로 모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민간공익단체입니다. 직장갑질119내 ‘젠더폭력 특별대응팀’이 구성되어 젠더폭력 관련 상담‧신고센터를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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