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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노인# 빈곤과 복지# 취약 노동

폐지수집 노인과 자원순환

2022년 7월 11일 오후 7시 공감 주최로 ‘폐지수집 노인과 자원순환 – 빈곤, 노동, 복지, 환경 교차점에서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가 열렸습니다.

공감 노동팀을 이끄는 윤지영, 강은희 변호사, 올해 공감 합류 후 여성팀에서 활약하는 김지혜 변호사와 빈곤복지팀에 속한 박영아 변호사가 함께 한, 평소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오랜만에 뭉쳐서 기획한 자리였습니다.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무거운 짐수레를 끌며 재활용품을 수거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드는, 왜 노년에도 쉬지를 못하고 중노동에 시달려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김지혜 변호사의 제안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관련 문헌을 읽으며 공부하는 모임을 꾸렸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이미 많은 분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상당수가 재활용품 수거인을 위한 지원에 관한 조례들을 제정하여 시행 중인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례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고, 관련 자료를 볼수록 대안을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은퇴연령의 분들이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상황을 외면하는 것 같고, 또한 가장 취약한 분들이 그나마 진입할 수 있는 일이 된 원인 중 하나가 열악한 보상이라는 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공공부조의 낮은 보장수준과 사각지대 등 사회보장의 문제만으로 접근하는 것도 일면만을 보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파트단지와 달리 재활용품 수거율이 낮은 골목길에서의 재활용품 수거활동이 자원순환의 맨 끝단이자 시작점으로서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 대한 인정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이에 공감 안에서만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오랫동안 관련 연구와 활동을 해오신 분들을 모시고 같이 자유롭게 얘기해보는 집담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시고자 하는 분들이 과연 오실까 걱정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락드렸던 분들은 모두 흔쾌히 참여를 수락하셨습니다. 다소 소심하게 홍보를 했음에도 온오프라인 참가 신청자도 80명에 이르렀습니다.

2022년 7월 11일, 윤지영 변호사의 사회로 각기 환경, 복지 등의 영역과 지역사회에서 연구,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분들을 모시고 집담회를 가졌습니다.

‘가난의 문법’의 저자이자 도시사회학자인 소준철 박사, 폐지수집어르신들의 수집, 운반을 지원하고 자원재생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폐박스로 페이퍼캔버스아트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러블리페이퍼의 기우진 대표, 지역공동체에서 사회적 위험에 처한 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는 인천내일을여는집의 이준모 이사장,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소장과 포장이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알맹상점의 고금숙 공동대표와 공감 김지혜 변호사의 발제를 시작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폐지수집 노인과 자원순환 – 빈곤, 노동, 복지, 환경 교차점에서 대안 모색을 위한 집담회’ 발제중인 김지혜 변호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자원재생의 비공식 부문에서 일하는 것은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노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 안에서 노인들의 가난한 상황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자원관리제도 안에서 비공식부문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에 대한 지적, 가장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사랑방, 휴식공간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동네 재활용품 수거에 일조한 실버자원협동조합 운영에 관한 생생한 경험의 공유, 사회적 배제의 문제와 자원재생활동가로서의 사회적 인정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 가장 빈곤한 노인들의 복지문제와 자원관리 문제를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한 우려와 폐지줍는 노인들에 의존하는 주택가 쓰레기처리 문제가 언제까지 지속가능한 것인가, “폐지수거노인”이 아닌 “지역주민인 노인”으로서 관리하는 체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 폐지의 이중가격 형성의 문제와 투명성 및 폐지유통체계에서의 보상의 정당한 분배의 문제, 수거보상제, 재활용품보증금제도를 통한 소득보전과 우유팩, 테트라팩 등 대표적으로 수거체계 미비로 재활용이 안 되는 자원의 재생을 위한 수거체계에서 재활용품수거 노인들의 잠재적 역할에 관한 제안 등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논의에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일정한 흐름도 보이는 듯했습니다. 특히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상황이 법률적으로 해결할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한 것인지,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민간에서 이루어져 왔던 여러 노력들의 경험과 결실을 고려하여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박영아

# 국제인권센터# 빈곤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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