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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장애인권# 장애인차별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 라는 말, 차별입니다 – 신장장애인 부당해고 행정소송 2심 승소

공감은 지난 1월, 신장장애인 버스 운전원의 부당해고 사건 행정소송에 대한 판결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 사건 원고는 대형운전면허를 취득하여 버스기사로 일하던 중 신장장애를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당했고,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행정소송 1심에서 뒤집혔습니다.

관련글 : 신장장애인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 승소를 환영하며 

 

  1. 11. 5. 금요일 오후,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모여 이 사건 선고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미연 변호사 : “지난밤 잠은 잘 주무셨어요?”

원고 : “네. 이른 저녁부터 잠에 들어서 아주 푹 잤습니다.”

원고의 답변에 내심 마음 속 기대가 자랐습니다. 결과는 승소.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와 피고보조참가인 회사의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 2심 재판부는 다음의 6가지 이유에서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① 신장장애로 인해 주 3회의 정기적인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서 원고의 건강상태가 시내버스 운전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데 부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② 회사는 원고에게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제출된 의사 진단서에 따르면 원고는 정기적인 혈액투석치료를 받으면서 시내버스 운전업무를 병행할 수 있다,

 

③ 원고가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신의칙상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을 한 것이 회사를 적극적으로 속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④ 원고의 2건 사고는 다른 안전사고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고 해고의 정당한 사유라 보기도 어렵다,

 

⑤ 연차사용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며, 원고가 반드시 연차사용의 이유를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⑥ 회사 대표가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나, 이러한 처분은 그 행위가 악의적인 경우로 인정되어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불기소처분 사실이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비록, 판결문에 회사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되는 차별행위라고 명시되지 않았지만 관련 법리로써 같은 법 제10조에서 고용상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 제11조에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12조에서 ‘채용 이전에 장애인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의학적 검사를 실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내용들을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원고는 2019. 3. 회사로부터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라는 말로 해고당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훌쩍 지나 법원에서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재차 확인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터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하고 추상적인 우려를 나타내거나,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 영역에서의 장애인차별이 법에 위배되는 차별로 인정되는 사례가 더욱 늘어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 2심 판결은 내일을 위한 한걸음에 더해진 ‘함께 걸음’입니다. 길어진 소송으로 인해 남모를 설움이 깊어졌을 원고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길 바라며, 회사는 무용한 상고절차를 통해 또다시 원고를 괴롭히지 말고, 행정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는 잘못된 판정을 내렸음을 인정하길 기대해 봅니다. 원고가 복직하는 날을 그리며 글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조미연

# 장애인 인권# 공익법 교육 중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