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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일반

초중등교육법 개악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며칠 전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이 경기도 의회를 통과하였다. 서울을 비롯한 전라북도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감은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의 구성원으로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 작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신임 교육감들이 취임한 직후인 2010년 7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획일적 조례보다는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거쳐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히더니 2010년 7월 12일에는 이례적으로 ‘학생인권조례의 법 충돌 여부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하였다. 2010년 8월 18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책 연구를 위탁받은 강인수 교수(수원대 부총장)가 초중등교육법령 개정시안을 발표했고, 2010년 9월 1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교육력 강화와 학생 권리 신장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여 강인수 교수안을 토대로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규칙에 대한 지도․감독기관의 인가권(국립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 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을 폐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현재 당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에 공감은 2010년 9월 27일 약 60여 개 단체와 함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하였다. 약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고, 학교장의 절대 권력을 강화하며, 학생인권의 유린을 비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초중등교육법령 개정시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시안은 ‘학생의 권리의 한계’라는 조문을 신설하고 “제18조의4에 따른 학생의 권리 행사는 학교의 교육목적과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 목적’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잣대로 학생의 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교’를 교육목적으로 삼고 있는 종교계 사립학교는 교육목적을 이유로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개정시안은 “학교의 장은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18조의4에 따른 학생의 권리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학칙의 제정권한은 학교의 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의 장은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학생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감으로부터 학칙을 인가 받아야 당해 학칙을 시행할 수 있었는데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학교규칙에 대한 지도감독기관의 인가권마저 사라지게 되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개정시안에 따르면 학생의 인권은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활동 보장’, ‘질서 유지’, ‘타인의 권리 보호’라는 말은 너무나 모호하고 불명확해서 학교의 장이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개정시안은 학생의 인권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곧바로 위임하고 있다. 또한 학생의 인권에 관한 사항은 학교의 장의 관할 사항으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게 되었다. 예컨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양심·종교의 자유, 학생 참여권 등을 보장하고 학칙이 이들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으나, 개정시안에 의하면, 교육청이 지침이나 조례를 통해 학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을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개정시안은 학생의 징계 방법으로 ‘출석 정지’를 두고 ‘징계 전학’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징계가 목표로 하는 ‘학생의 회복과 복귀’를 포기하였다.

학생의 인권은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권리나 시혜가 아니다. 학생 역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헌법상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방해된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봉쇄당해 왔을 뿐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원래 그래야 하는 상태로 되돌려 놓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고 학교의 장의 권한을 절대화하는 방법으로, 학생의 인권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것을 막고 있다.

 

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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