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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일반

제주 강정마을회의 모금행위를 처벌하는 기부금품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2007년
국방부와 제주도에 의해 해군기지 후보지로 느닷없이 ‘선정’된 이래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환경보전과 공동체 유지를 주장하며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지역주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생존권을 짓밟으면서 얻고자 하는 국가안보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물으며 결사항전으로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반대한 결과 2011년에 50여 명의 주민이 각종 고소, 고발로 연루되어
5,000여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제주강정마을회는
2011년 4월 인터넷 강정마을 카페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해군기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강정마을의 아픔을 함께 보듬고 상처를 나누는 일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을 올려 모금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경찰은 제주 강정마을회의 기부금품법위반에 관해 수사를 개시하였고, 기부금품법
위반을 이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야 ‘기부금품법의 존재’를 알게 된 강정마을회는 뒤늦게라도 합법적인 기부금품모집을 하려고 2012년 6월
제주도지사에게 기부금품모집 등록신청을 하였다.

 

  이에 관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안전행정부에 “강정마을회에서 신청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이 법 제4조 제2항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사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질의하였다. 안전행정부는 “기부금품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공익사업에 한해 기부금품 모집이 가능하다. 다수의 이익에 합치되고
대다수가 찬성하는 경우에 등록이 가능하나, 주민들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업에 대한 일방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은 부적절”이라고
회신하였다.

  2013년
1월 검찰이 기부금품법위반 등에 관해 기소하였고, 1심 재판 진행 중에 해당 변호인은 등록하지 않은 채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기부금품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소원청구를 제기하였고, 공감은 헌법소원 단계에서 대리인으로
결합하였다.

  기부금품법
해당 법률조항은 오로지 법에서 인정한 경우에 한하여 안전행정부장관 등에게 등록을 하여야만 모집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모집기회를 제한하고,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기부금품의 모집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 대상을 한정한 법 제4조 제2항은 구체적 사업을
열거한 후, 제4호의 아목에서 “그 밖에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법 제4조 제2항 제4호의 아목에서 “그 밖에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음에도 그에 관해 대통령령에서
아무런 정함이 없고 등록신청을 받은 행정청과 안전행정부의 기부금품 담당자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지 여부를 전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등록을 거부한 때에는 미등록 모집으로 처벌하도록 되어있다. 

 

  막연한
“공익” 개념을 구성요건요소로 삼아서 기부금품 모집행위를 규제하고, 나아가 형벌을 부과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등록하지 아니하고 기부금품모집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오로지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사인의 일정한 행위에 대하여 행정관청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그러한 행위가 아무런 통제 없이
허용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폐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지 행위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원칙적으로 기부금품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타인의 법익이나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범죄로 규정하여 금지해야만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기부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행위 중의 하나로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기부하는 행위는 선행으로서
사회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고 적극적으로 장려되어야 할 행위이다. 기부를 통해 세금으로 메꿔지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을 보듬고 함께
할 수 있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 기부문화의 확대와 장려임에도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기부문화가 확대되고 장려되기보다는 기부에 대한 통제와 규제가 우선시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조속히 위헌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글_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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