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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인권# 이주여성

[이주여성] 다문화 사회통합프로그램 방안 마련 공청회

  법무부에서 주관한 ‘다문화 사회 통합 프로그램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6월 25일 수요일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렸다. 2008년 4월, 법무부는 국적 취득을 위해 여성 결혼 이민자에게는 면제되었던 한국어 필기시험을 부활시킬 것이며, 그 필기시험을 대신하는 제도로서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를 요건으로 하는 국적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이후 2009년부터 시행될 사회통합교육 이수제가 이주여성들이 국적을 취득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법무부는 학계,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일반인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 도입 및 운영에 반영하겠다며 이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날 발제에서 장지표 법무부 사회통합 팀장은 이민자의 사회부적응 현상과 2세들의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사회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국적취득요건과 연결시키는 것은 이민자들이 더욱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통합교육이 집안일이나 농사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결혼이주자의 배우자나 시부모가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에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교육에 참여율이 10%내외에 불과한 점을 강조하며, 제도가 의무화 된다면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조력을 하는 방향으로 변모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많은 나라에서 국적 취득 전에 사회통합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에  한국염 한국 이주 여성 센터 대표는 우선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반인권성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무부에서 입법 추진하는 ‘사회통합교육 이수제’는 이주민 중에서도 특히 결혼 이주여성의 국적취득요건을 까다롭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일반귀화신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법을 입안했으며, 오히려 이주여성들에게는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한국염 대표는 이어 이주여성의 한국어 능력과 한국문화의 이해를 향상시키는 교육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이를 국적 취득 요건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이주여성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조력이 필수적인데, 이런 상황에서 사회통합교육 이수를 국적취득 강제요건으로 하는 제도는 불안정한 결혼 이주자의 법적지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도 현재 결혼이민자들이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습득과 문화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들이 교육에 적극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편과 시부모등의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 현실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주여성들은 적극적으로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자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은 국적을 취득하면 도망갈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가족들이 국적신청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교육을 의무 또는 강제화 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여성가족들에 대한 인식 개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라미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열거한 각국의 까다로운 귀화신청 요건은, 국적 없이도 외국인에게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국적이 곧 생존권과 직결되고, 법적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꼭 국적을 취득해야 하는 한국 법제하에서는 이러한 귀화신청 요건은 인권침해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적뿐만 아니라, 영주권 또는 준영주권 제도를 만들어, 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도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베스트의 박정해 변호사는 사회통합교육의 긍정적인 방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 귀화 신청시에 남편의 조력이 절대적이기에, 많은 남편들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태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제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 귀화신청 절차에서 남편의 동의를 요구하는 절차를 없애는 대신 사회통합교육을 이수하는 이주여성에게 귀화를 허가한다면 이는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의 토론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당초 공청회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법무부가 초청한 10명의 토론자들 중 8명은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의견을 가진 인사들이었고, 사회통합 교육 이수제를 반대하는 측의 인사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또한 법무부에서는 1시간 가량 정부 방침을 옹호하는데 소요한 반면 정작 토론자들에게는 약 7분씩의 발표시간만 배분해 정부의 정책 설명에 무게중심이 치우친 듯 한 인상을 주었다.


  토론자들 중에서는 사회통합 교육 이수제에 찬성하는 인사가 대다수였던 것과는 달리,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세대 법학과 이철우 교수는 방청객으로서 단상의 토론자들에게 질문하며, “가족 동일 국적주의를 기초로 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귀화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신 입국 전 단계에서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심사 또는 교육을 실시할 것”에 대해 법무부 사회통합 팀장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석한 한 베트남 여성은 직접 쓴 원고를 읽어 내려가며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이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수녀회, 이주단체, 여성단체 여러 인권단체에서 사회통합교육이수제의 반인권성과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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