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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노동인권# 여성인권# 취약 노동

임신하려면 직장을 그만두랍니다

  이 사건은 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2010년부터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아동 음악치료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담당 주치의로부터 체외수정시술과 습관성유산 치료를 위한 8주간의 안정가료 처방을 받습니다. 장애아동과의 과격한 신체적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특성으로 인해 임신이 되거나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그는 복지관에 진단서를 첨부하여 병가 및 휴직을 신청합니다.

  복지관은 병가도 휴직도 허용할 수 없으니 ‘임신과 직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통보를 했습니다. 어떻게든 양자택일의 결과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그는 대체인력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장기휴직 하는 방법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병가가 거부되고 휴직에 대한 일방적 인사위원회를 거치면서 결국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권고사직서’를 제출합니다.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등에서는 임신부를 위해·위험 업무에서 보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시간제한, 태아 검진시간 등을 보장함으로써 모성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상의 보호규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규정하여 법 적용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임신등 차별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사례·실태를 분석한 결과 고용상 모든 과정(모집, 채용, 배치 및 승진, 임금, 교육, 퇴직, 해고등)에 임신·출산·육아휴직으로 인한 차별 및 불합리한 근로실태가 여전함을 알 수 있습니다.

  복지관이 ‘습관성 유산’을 원인으로 한 병가가 가능한지 조금만 더 검토했다면, 난임 치료와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모성보호를 고려했더라면, 이와 같이 한 여성 노동자의 사회적 경력 단절과 임신·출산 선택에 의한 절망감을 개인이 홀로 떠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복지관의 행위가 실상 난임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이며, 이후에도 다른 노동자에게 반복될 우려가 있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때문에 복지관에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12월, 복지관에 차별시정 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그는 복지관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1심은 이 사건 사직이 강요에 의한 사실상 부당해고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감은 이 사건 소송의 항소심을 대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31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이 사건 소송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화해권고결정은 사용자(복지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닙니다.

  복지관의 병가 및 휴직 신청 불승인 처분, 임신과 직장 둘 중 하나에 대한 선택 강요는 여성의 임신, 출산 등을 원인으로 한 고용상 차별이자 인권침해 행위입니다. 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는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 권고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이끌어내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공감은 앞으로도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가 필요한 곳 그 옆에서 함께하겠습니다.

조미연

# 장애인 인권# 취약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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