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국제인권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 대한민국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이루어지는 필리핀 할라우댐 다목적사업 관련 OECD 진정 제기

 

올해 7월 라오스 남동부의 수력발전댐 보조댐이 무너지며 그 아래 자리한 13개의 마을을 덮쳐 수백 명이 실종되고 약 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그렇다면, 이 사건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기업들의 이름이 함께 언급되었던 것도 기억하시는지요.

 

저 멀리 라오스의 댐 붕괴사건에 지속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거론되었던 이유는 바로 그 댐이 대한민국 정부가 개도국의 빈곤퇴치 등을 위해 조성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최초로 활용한 사업이었고, 한국의 SK건설이 시공을 하였으며, 한국서부발전이 27년간 해당 댐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어진 곳이 라오스일 뿐, 한국정부가 돈을 대고 한국기업이 설계하여 만들고 운영도 한국기업이 하는 댐이 무너진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정부 및 관련된 한국기업에게 이 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사업이 필리핀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2, 한국 정부로부터 대외경제협력기금의 운용·관리에 대한 사무를 위탁받은 한국수출입은행은 필리핀의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28백만 불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을 지원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우건설은 2018년 초, ‘할라우강 다목적 공사 2단계 사업의 시공사로 낙찰되었습니다. , 필리핀 할라우강에 한국정부의 기금으로 한국기업이 댐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할라우강 사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선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본 사업의 타당성 및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오고 있으며, 공감을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 역시 2014년 현지 조사 방문 이후 꾸준히 한국수출입은행 및 주식회사 대우건설에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주식회사 대우건설은 모두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는 다국적기업에 해당하므로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과 관련하여 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필리핀 관개청이 필리핀의 선주민권리법과 UN 선주민인권선언 등 국내외적으로 보호되는 선주민의 사전인지동의절차를 위반한 부적격 사업타당보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한국수출입은행이 차관계약을 체결한 점,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의 댐건설 예정지역에 지진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 그리고 이러한 의혹 및 문제점이 보완되지 않아 선주민들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출입은행 및 주식회사 대우건설이 선주민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주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201810, 공감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권네트워크는 한국수출입은행과 주식회사 대우건설이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과 관련하여 행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사항에 대하여 대한민국 NCP(국가별연락사무소, National Contact Point)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추후 대한민국 NCP는 금번 진정에 대해 그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 접수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이의제기 내용, 다국적기업의 반응 및 당사자들로부터 제출된 모든 추가적인 정보들에 대해 심사하는 1차 평가를 거치고 이후 쟁점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협의자리를 마련한 뒤, 합의 불발 시 OECD 가이드라인의 이행에 관한 선언 및 권고를 하게 됩니다.

 

사실 대외경제협력기금이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및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와의 경제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정책기금으로서 매우 필요하고 또 의미 있는 기금입니다. 하지만 라오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의 기금으로 대한민국의 기업이 수행한 사업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그 사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의 선주민의 몫이 되어 버리므로, 사업수행자는 전 과정에서 사업의 타당성 및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손이 닿는 곳에서 더 이상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감시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몫입니다.

 

 

김지림

# 국제인권센터# 성소수자 인권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