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판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담당 김수영, 윤지영 변호사)은, 법무법인 지향(담당 김진 변호사)과 함께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 사망한 故이만수씨의 가족을 대리하여 2014. 12. 31. 가해 입주민과 관리회사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아파트경비원 분신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 제기 – 윤지영 변호사’).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파트 입주민이 먹지도 못할 음식을 5층에서 던져주며 경비원에게 먹게 하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수시로 퍼부었던, 그래서 결국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입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사건에 당시 언론도 크게 주목하였습니다.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소송이 진행되었고, 드디어 2017. 3. 10.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고인이 근무하는 동안 가해 입주민으로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관리회사가 알았으면서도 이를 방치한 것은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가해 입주민의 위법한 가해행위와 관리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경합하여 분신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가해 입주민과 관리회사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고인과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정신적 피해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해지방지팀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법원은 자살 사고에 대해 사용자의 책임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안타깝게 사망한 사람의 개인 책임으로만 인정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이 더 의미가 깊습니다.
이번 판결로 입주민의 잘못된 행위에 제동을 걸고 사용자에게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응당 배상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이 억울하게 죽은 고인과 유족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글_윤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