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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일반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 참석 후기 _ 박정현 (공감 26기 자원활동가)

 

 

  세월이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와도 여전히 가을이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의 따스함이 사뿐히 내려앉아도 변하는 계절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2014년의 416, 진도 앞 바다에서 시간이 머문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다.

 

  1110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이하 피해지원법) 개정을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체계를 통해 현재의 재난참사 피해자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살펴봄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는 자리였다. 유가족, 생존자 가족, 민간 잠수사, 진도 어민, 단원고 교직원,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지원점검과장인 오지원 변호사, 세월호 민간 잠수사 법률대리인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가 참여했다.

 

남겨진 사람들의 말유가족의 증언

 

우리가 아픈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그 날, 왜 내 아들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해 놓고 구하지 않았는지, 내 아들이 충분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모인 우리가 아이를 구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를 왜 묵살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중략) 유가족인 우리 피해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피해 대책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동안 감춰졌던 모든 세월호 관련 정보들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주길 바랍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아버지 장훈님의 증언이 절절히 들렸다. 아이를 잃은 후 버텨냈던 지난 시간을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디고, 또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었던 걸까. 그 슬픔을 감히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진도에서는 유가족보다 몇 배나 많은 사법경찰들에게 감시를 당했고, 안산에서는 정부가 약속했던 진상규명과 책임절차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믿었던 대통령은 진상규모 약속을 저버렸고, 정치인들은 유가족들의 호소를 무시했다. 교육청과 학교는 생존자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쫓아냈고, 사람들은 유가족들을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라며 손가락질 했다. 유가족들에게는 수면장애부터 공황장애에 이르는 정신적 질환에 장기간의 노숙농성과 단식, 도보행진으로 인한 관절과 디스크 질환 등 육체적 고통까지 더해졌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어렵게 돌려 치유센터에 가면 유가족들을 연구대상 보듯 대하며 잔인한 질문을 쏟아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는 피해자들의 신체적 · 정신적 아픔을 책임지고 현실적인 치유책을 알려줄 수 있는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종합병원 형태의 트라우마 센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트라우마를 정확히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치유하는 국가 차원의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역할을 다하지 못해 선량한 국민을 희생시킨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사후 책임이다.

 

 

생존자 가족의 증언

 

  세월호 SPI 호실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생존학생의 아버지 장동원 님의 살아 나온 아이가 아버지에게 한 첫 말은 아빠는 진상규명할 거지?” 였다. 그는 아이가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당시 그 배 안이 어떠한 상황 이었기에 그런 말을 했을까를 마음에 저미며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해서 집까지 걷는 내내 울기만 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사무처 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증언을 하기에 앞서 지난 37개월 동안 세월호에 대한 어떠한 진상규명도 하지 못해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고백했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책임자 처벌은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일인데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교직원과 민간 잠수사들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내 아이만 살아남아서, 그 처참하고 부조리한 진상을 밝혀내지 못해서 스스로를 죄스러워 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피해자는 누구인가? – 피해자 없는 피해자 지원법. ‘세월호 피해지원법상피해자 범위의 문제점

 

  그 누구도 세월호 생존자들이 구조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생존자들이 스스로 탈출했다고 말한다. 참사 당시 국가는 책임을 쉬쉬하며 누구 하나 제대로 나서지 않았고, 언론은 오보로 국민들을 기망했다. 304명의 희생자들은 끝내 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구보다 구조와 수습 작업에 헌신했던 사람들은 진도 어민과 민간 잠수사였다.

 

  진도 인근 어민들은 침몰해가는 배 안의 창문에서 아이들이 손으로 창문 벽을 두드리는 것을 보면서 어선을 끌고 가 참사 초기, 구조에 자원했다. 구조에 내 일처럼 나섰지만 세월호 침몰과 인양 당시 유출된 선박의 기름으로 인근 바다의 해산물들이 모두 폐사되어 입은 3년간의 피해는 국가로부터 제대로 배상 받지 못했다.

 

  민간 잠수사들은 시신을 한 구씩 두 팔로 껴안아 수면 위로 끌고 오는 수습작업에 투입 되었다. 마주하게 될 참혹한 모습들이 무섭고 두려웠지만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를 한시라도 빨리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입수를 망설이지 않았다. 수습작업에 투입되었던 잠수사들은 본래 직업인 산업잠수사 일을 건강악화로 그만 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중 한 명인 황병주 님은 현재 대리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다. 깊고 고요한 바다 속에서 홀로 잠수를 하며 느끼던 자유와 평온을 사랑했던 그는 세월호 실종자 수습에 참여하고 돌아온 이후 일주일에 3번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고, 매일 저녁 수면제를 복용해야만 간신히 잠들 수 있는 몸이 되었다. 세월호 실종자 수습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들 역시 참사 이후 받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난 뒤, 공감이 함께 해온 일

 

  마땅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이들이 제대로 피해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현행 피해지원법이 민간잠수사와 어민들을 세월호 참사 피해자로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지원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의 범위를 민간 잠수사인근 어민’, ‘교직원까지 확대하고 그들이 치료받는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이에 뜻을 모은 변호사들은 재난피해자 지원의 목표와 중요 요소를 정리하고, 재난 상황과 참사 이후 피해자의 기본적인 인권보호를 외치며, 재난 대응체계에 피해자 관점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현행 법제도의 협소한 피해자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정안 발의를 통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참사가 일어난 해외 사례를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되찾을 방안을 모색했다.

 

  세월호는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생명을 잃었다.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가의 참사 대비 대책과 안전 시스템은 미비했고 정부는 최대한 책임지지 않기 위해 변명을 일삼고 진실을 숨겼다. 이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배제되었다. ‘당사자라는 이유로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 구성에 소속되지 못했다. 현재 피해지원법 개정안은 1년째 계류 중이다.

 

  촛불이 불었고 정권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있다. 박주민의원은 피해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는 됐지만 전례가 없고 예산 문제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디 세월호 진상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여론이 식지 않고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11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놓지 않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세월호 참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잊지 않고, 참여하는 것

 2014년의 봄, 시청 분향소에서 묵념하며 느꼈던 무망감을 기억한다. 2016 민중총궐기 세월호 부스에서 헌화하며 흘렸던 눈물을 기억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세월호를 떠올리면 여전히 울컥하며 깊고 차가운 분노가 스민다. 참사 이후의 세월을 담담히 증언하는 유가족들과 생존자 부모님 그리고 민간 잠수사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버텨 낸 강인함과 용기 그리고 아픔에 공감하며 많이 울었고 무얼 할 수 있을까 되뇌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는 것이 연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투명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지원,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시민으로서 차갑게 분노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뜨겁게 참여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거대한 문제와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에서 느끼는 무력함을 핑계로 외면하지 않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아보고, 실천하고자 한다. 오늘도 노란 리본을 단 가방을 메고 밖을 나선다.

 

여전히 세월호다. 아파서 잊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를 위해 무언가 힘이 되어 주고,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4.16 연대 홈페이지알립니다. 게시판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특별법 촉구 도보행진과 토요 집회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안내되어 있습니다.

 

_ 박정현(공감 2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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