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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성소수자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안 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대한민국은 특히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하여 이 구절에 딱 들어맞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대관절 무슨 말이냐고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유엔 무대에서는 당당하게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국내에서는 대체 언제 그랬냐는듯한 입장을 취하는 대한민국의 모습. 2018년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아이다호)을 맞아, 대한민국의 두 얼굴을 만나보려 합니다.  

 

  2011년 6월 17일 유엔인권이사회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과 관련한 최초의 유엔 차원의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당시 이사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2개의 다른 국가들과 함께 위 결의안에 찬성투표를 함으로써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천명하였습니다.

 

2011년 6월 17일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투표결과 – 대한민국의 ‘찬성’ 의견
(사진출처- colorlines.com)  

 

  이후 2014년 9월 26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적인 법과 관행 그리고 폭력 보고서의 갱신을 요청함과 함께, 좋은 관행과 폭력과 차별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 그리고 현존하고 있는 국제인권법과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제29차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것’ 등을 요구하는 성소수자 인권 관련 두 번째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2016년 6월 30일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유엔 독립 전문가 지위를 공식적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세 번째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2011년 첫 결의안에 찬성투표를 던졌던 대한민국은 이후의 두 결의안에도 빠짐없이 찬성투표를 함으로써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고히 하였습니다.

 

  인권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은 ‘유엔차원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이 인권침해의 문제임을 확인하고, 이에 근거한 폭력 및 차별로부터의 보호를 공통의 의제로서 확인’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에 일관되게 지지의사를 밝힘으로써 성소수자 인권보호라는 논의의 토대를 만들고 구체적인 보호의 방안에 대한 논의까지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유엔 무대에서의 발자취는 놀랍고, 뿌듯하기 까지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유엔 무대에서 오른 손을 힘차게 들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외치던 매 순간, 국내 성소수자 인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성소수자 인권 관련 첫 번째 결의안 채택 이후인 2011년 9월,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초안 중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성적지향’만 삭제되어 발표되는가 하면, 같은 해 12월 시민사회가 필사적으로 제정을 준비하여 주민발의를 해낸 후에도 소수자학생 권리보장 조항에서 ‘성소수자학생’조항을 삭제한 수정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타협안이 제시되는 등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길은 험난하기만 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학생인권조례는 통과되었으나, 유엔 인권이사회 성소수자 인권 관련 두 번째 결의안 채택 이후인 2014년 12월 차별금지사유에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서울시 시민인권헌장 제정이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촉구 기자회견 – 공감 장서연변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출처: 여성신문)

 

 

  그리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유엔인권이사회 성소수자 인권 관련 세 번째 결의안 채택 이후인 2017년 4월, 유엔의 각 조약기구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차별 법제’로 지목되어 폐지할 것이 수차례 권고되었던 군형법 92조의 6에 근거하여 육군에서 대대적인 성소수자군인 색출사건이 벌어졌으며, 2018년 4월에는 차별금지사유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일부 위원들의 주도로 충청남도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같은 달 말에 공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의 초안에는 아예 ‘성적 소수자’란 표현이 목록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초안 규탄 시민사회 기자회견 – 공감 박영아변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출처: 참여연대)

 

  이쯤 되면 대한민국의 입장은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하여 국제무대에서 이루어낸 쾌거를 국내에서는 모르게 한다’가 아니라,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무대에서 한 걸음 나아가면 국내에서는 두 걸음, 아니 세 걸음 후퇴하는 전략. 유독 성소수자인권과 관련하여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이 전략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요?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며 서로 동포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고 말합니다. 인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권은 국가가 임의로 보호를 선언했다가 철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한 곳에서는 보호를 외치고 다른 한 곳에서는 슬그머니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날이자 대한민국이 4회 연임하였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대한민국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당당하게 성소수자인권의 보호를 외치는 모습,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롭게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글_ 김지림 변호사

 

 

[참고자료 

2011 유엔인권이사회 SOGIE 결의안 (원문).pdf

2011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번역본.pdf

 

2014 유엔인권이사회 SOGIE 결의안 (원문).pdf

2014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번역본.pdf

 

2016 유엔인권이사회 SOGIE 결의안 (원문).pdf

2016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번역본.pdf

 

* 2011. 2014. 2016. 인권이사회 결의안의 번역본은 모두 공감 27기 자원활동가 양영아님이 번역하였습니다.

김지림

# 국제인권센터# 성소수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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