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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인권

사할린 징용 피해자 후손, 국적 확인소송 첫 승소

 


 김성혜(가명)는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의 후손입니다. 김성혜의 아버지는 1910년에, 김성혜의 어머니는 1924년에 경상남도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때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되었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사할린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김성혜의 부모는 그곳에서 1954년에 김성혜를 낳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채 고향 땅을 그리워하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김성혜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는 부모의 뜻에 따라 지금까지 무국적 상태로 사할린에서 거주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적법에 따르면 김성혜는 무국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외면당해 왔을 뿐입니다. 이에 공감은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공동변호인단을 꾸리고 김성혜를 대리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진행해 왔습니다.



 소를 제기한 지 2년 만에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김성혜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무국적으로 살아온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의 후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입니다. 지난한 소송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줄곧 김성혜가 국적판정신청을 하면 되는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무런 다툼이 없었다는 이유로 소 각하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성혜의 부모가 경상남도 사람이라는, 김성혜가 무국적자라는 러시아 정부의 공문서를 믿을 수 없다며 제출이 불가능한 서류를 증거자료로 제출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적판정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자를 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해야만 하고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 시간을 대한민국에 체류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절차를 만들어 놓고 당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회피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체결한 협약에 의해 대한민국의 공문서와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러시아의 공문서를 믿을 수 없다고 우기는 것도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도 “국민은 귀화 등 후천적인 상에 의한 국적취득이 아닌 한 헌법과 국적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출생과 동시에 당연히 국적을 취득한다. 따라서 헌법과 국적법이 정하고 있는 국적취득 요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는 것이지, 반드시 행정부가 그를 국민으로 판정하여야만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과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헌법 전문, 제2조 제2항,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 및 기본권 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조

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②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이번 판결은 무국적 사할린 동포의 국적이 대한민국임을 확인하는 최초의 판결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당사자들이 소를 제기하기에 앞서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국적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보호 의무를 다하기를 바랍니다. 


글_ 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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