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 2016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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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_ 첫 번째 이야기
이주여성 농업노동자는
일하는 동안 ‘외국인’이어서, ‘농업’에 종사해서, ‘여성’이기 때문에 3중의 어려움에 처합니다. 이주노동자는 마음대로 직장을 바꿀 수 없습니다.
사장이 동의 해주거나 법에서 정하는 사유가 있어야만 직장을 옮길 수 있습니다. 월급을 좀 더 준다고 다른 농장으로 갈 수 없습니다. 농장주가
욕설을 하거나, 성희롱을 해도 직장을 옮기기 어렵습니다. 이주여성 농업노동자는 깻잎 재배, 딸기 농장과 같은 대규모 비닐하우스에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농장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지냅니다. 수도꼭지만 있는 야외에서 온수도 나오지 않는 곳을 ‘욕실’로 제공받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로
된 숙소는 냉난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방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벽에는 곰팡이가 피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숙소를 문제
삼아도 일터를 바꾸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인간다운 삶과 거리가 먼 주거 환경은 ‘여성’ 이주노동자를 성폭력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고자 시작한 연구조사에서 주거 실태가 더 눈에 밟혔습니다. 아무리 국익을 위해 저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이주노동자를 들여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해외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사용자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소 점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가 도착하기 전에 숙소 점검을 실시합니다. 숙소 점검표에는 숙소의 내부 외부 공간과 안전, 위생 등에 대한
상세한 목록과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숙소 점검 기준 중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캐나다
계절농업노동자 숙소 점검 기준 사항 중
-
– 취침 공간이 다른 생활공간과 분리되어
있을 것 -
– 개인위생시설이 다른 생활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것 -
– 변기와 샤워시설에는 문 또는 샤워커튼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안으로부터 잠글 수 있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을 것 -
– 충분한 양‧수압‧온도의 냉‧온수가 공급될
것 -
– 섭씨 20~23.5도를 유지할 수 있는
영구적 난방 시스템이 숙소 내부에 설치되어 있을 것(이동식 난방기기가 주요 난방 수단이어서는 안됨) -
– 숙소에서 자연적(예:창문) 혹은 인공적인
수단(예:환풍기)으로 충분히 환기가 되는지 여부 -
– 모든 창문과 문에 외부로 통하는 곳을
전부 가리는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찢어져서는 안됨) -
– 소화기 및 화재 경보기가 설치될
것
미국의 경우에는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될 숙소가 안전과 보건 기준에
부합해야한다는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인증서 사본이 부착되어 있지 않은 시설이나 건물에는 농업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법(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 및 관련 규칙이 일시적 노동자의 숙소 기준에 대해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시적
노동자 숙소 기준 중
-
– 수면공간은 1인당 9.29㎡ 이상이어야
하며, 음식을 보관하고 준비할 수 있는 위생시설이 제공되어야 함 -
– 가열, 조리, 온수 가열 설비는 주 및
지방규정에 따라 설치되어야 하며 추운 날씨에는 적절한 난방 설비가 제공되어야 함 -
– 요리, 식수, 목욕, 세탁을 위한
적절하고 편리한 물 공급 -
– 각 화장실은 침실을 통과하지 않고 접근
가능하여야 함 -
– 화장실이 공유되는 경우 성별에 따라
분리되어야 함. 각 성별을 위한 시설이 동일한 건물 내 있으면 천정까지 막혀 있을 것. -
– 목욕과 세탁을 위한 온수와 냉수
공급 -
– 모든 서비스 건물에 추운 날씨에
21.1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난방 장치
캐나다와 미국 모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숙소에 대해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용자에게는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불허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에 대한 기준과 점검 절차가
부재합니다. 사용자에 대한 외국인 고용 허가 절차에서도 숙소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살 것을, 터무니없는 액수의 숙소비용 공제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직접 외국인의 고용을 중개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비인간적인 주거 환경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사용자에게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할 때 반드시 숙소 상황을 점검해야 합니다. 숙소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외국인 고용을 불허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 대행으로 한국에
있는 사용자와 외국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숙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해야합니다. 한국에 입국한 이후 숙소 상황이 계약 당시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을 보장해야 합니다. 숙소 시설 및 비용에 대한 적정 기준을 법령으로 정하여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 환경을 보장해야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 「외국인근로자의 고용등에관한 법률」 조문 몇 개만 손보면
됩니다. 그리고 의지를 보이면 됩니다.
글_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