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동실태와 대안 모색 토론회
#1 – 영화가 아닌 현실! 알파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지난주 가장 ‘뜨거운 감자’를 꼽아보자면,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었을 것입니다. 바둑 경기에 흥미가 없었던 저와 같은 사람들도 ‘기계와 인간의 세기의 대결’에는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알파고가 4승 1패라는 결과로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은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정말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게 되는 것일까요?
‘바둑’을 둘 때의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복잡한 논리적 사고를 요하는 경기에서 기계가 인간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항간에서는 ‘기계의 발전으로 인간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근심어린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기계의 발달이 인간의 불행을 초래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SF, 재난 장르의 영화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는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십년 가까이 함께 일한 경비노동자 44명을 전원 해고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경비노동자 전원 해고방침’은 입주자의 과반수가 반대하는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욕심’에 의해서 경비원 전원 해고와 무인경비시스템 설치는 강행되었고, 이는 입주자들 사이에서 물리적,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영화 속 이야기와는 달리 ‘행복한 결말’로 맺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강서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동실태와 대안 모색 토론회 – 해고위협, 저임금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이대로 좋은가’입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여한 이 토론회에서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2 – 무인경비시스템, 아파트 입주자들의 반대에 부딪히다!
한때,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여러 대학교에 붙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녕하지 못한 대학생들의 외침이었고, 많은 이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 시대상을 안타까워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비단 청년들만이 안녕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평균 연령 65세’에 달하는,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었던 경비노동자들도 이제는 안녕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오피스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 형태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디서나 경비노동자 분들을 어렵지 않게 뵐 수 있습니다. 주로 분리수거를 하고 계시거나, 청소를 하고 계시거나, 입주자들의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계십니다. 늦은 시간까지 경비원초소에서 입주자들의 안전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경비노동자분들은 주거관리업무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기에 경비노동자분들에게 항상 도움을 받는 우리는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인간이 아닌 ‘무인경비시스템’이 온전히 해낼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분들이 전원 해고되고, 그 자리에 ‘무인경비시스템’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무인경비시스템은 주로 대기업의 자회사에 의해서 운용됩니다. 하지만 무인시스템은 경비노동자분들께서 해주시는 일들을 완전하게 해주지 못합니다. 게다가 무인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우리 이웃이었던 경비아저씨들에게 더는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무인경비시스템의 설치 문제는 아파트 입주자분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무려 과반수의 입주자가 무인경비시스템의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두 번에 걸친 입주자 주민투표에서 무인경비시스템 설치안은 부결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인경비시스템의 설치가 강행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하여 일부 입주자분들께서 설치작업을 물리적으로 방어하거나, 경비노동자분들께 출근하라고 부탁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입주자도, 경비노동자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 작업을 왜 강행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입주자, 경비노동자, 노동인권운동가, 그리고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힘을 합쳐 이를 막기로 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토론회에 참여해주셔서 이러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대응방안에 대하여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행히 해고는 막았고, 새로운 업체에 고용승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3 – 입주자와 경비노동자 모두 안녕할 수 있는 사회가 마련되다!
토론회에서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주노총,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원노동복지센터 등 많은 단체에서 경비원 해고사태에 대한 절차적 문제 및 법적·정책적 대응방법 등에 대하여 열띤 논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비노동자분들께서 직접 참여해주셔서 토론회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셨습니다. 경비노동자분들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밝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 제목과 같이, “입주자와 경비노동자 모두 안녕할 수 있는 사회가 마련되다!”라는 좋은 결말을 기대해보면서, 이만 글을 맺으려고 합니다. 모두가 안녕할 때까지, 우리도 힘냅시다!
글_이종국(공감 23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