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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즈비언상담소를 찾아서……

[단체탐방]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를 찾아서……

 우리 사회의 레즈비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뭘까? 답은 의외로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사람들의 열려 있는 따듯한 가슴,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고민 상담해 줄 수 있는 대상. 우리 사회 속 여성, 그 중에서도 성 소수자의 위치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레즈비언들에게 필요한 건 별 다른 게 아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2005년, 세상에 처음 커밍아웃 했다. 동성애자에게 차별적이고 냉랭한 시선을 보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못한 채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고민 상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한국 최초의 독자적인 레즈비언 상담소다.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간사가 상근하고 있으며 전화상담, 게시판상담, 이메일상담, 면접상담, 내방상담 등 다양한 형태의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의 역사는 ‘초동회’로부터 시작됐다. ‘초록은 동색이다’라는 뜻의 이 모임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세워졌지만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체됐다. 남성 동성애자인 게이와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의 문제점이 달랐고, 그로 인한 활동 방향의 차이가 큰 이유였다. 남자의 경우는 군대 내의 인권과 에이즈 등이 문제가 되는 데 반해 여성의 경우는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 문제에서부터 접근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런 연유로 ‘초동회’는 레즈비언의 인권을 위한 모임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와 게이를 위한 인권 모임 <친구사이>로 나누어졌다. 이렇게 1994년 설립된 <끼리끼리>가 바로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전신이다. 결코 간단치만은 않은 역사 속에서 결국 설립된 곳이 상담소라는 사실은 유의미하다. 성 정체성의 고민을 터놓을 공간의 부재.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는 ‘커밍 아웃’부터 다른 성 소수자에 비해 더욱 힘들다고 한다. 커밍 아웃 후 타인에게 받을 수 있는 따가운 시선, 차별 등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인 까닭에서다. 

 

업무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레고(여, 상담팀)씨는
‘본인이 레즈비언인 이들 뿐 아니라 레즈비언 지인을 둔 사람들에게도 전화 상담이 온다. 딸이 레즈비언이라 상담 요청하는 어머니서부터 친구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연까지 대상이 무척 다양하다.’며 ‘우선 레즈비언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상담을 시작한다. 레즈비언에 대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동성애에 대해 논할 때 단순히 개인적인 틀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 틀 안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상담팀 내에는 사건지원팀이 포함돼 있어 동성애자 관련 성 추행 사건 등이 일어날 경우 문제해결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타 단체와의 연계도 활발하다. 공감과는 변호사 파견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정신적 상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법률 상담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상담만 하는 곳이 아니다. 상담팀을 비롯해 교육사업팀, 인권정책팀, 출판기획팀, 대외협력팀으로 이뤄져 있다. 상담이 레즈비언과 관련된 수렴적 활동이라면 그 밖의 팀들은 대외에 레즈비언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발산적 활동을 도맡아 왔다. 현재 인권정책팀에서 활동하는 간사 탱 씨는 레즈비언 보도 모니터링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언론에서 레즈비언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혹시 왜곡된 이미지로 보도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이밖에도 현재 ‘10대 이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10대들의 동성애 환경 및 실태를 인터뷰, 설문지 등으로 파악해 보고서나 자료를 발간하고 차별금지법 관련 진정서를 낼 구상중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강연과 캠프를 통한 자긍심 증진과 권리 향상을 위한 교육 등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떤 사업이 성취도가 가장 높았냐.’는 질문에는 얼마 전 끝마친 <2008 레즈비언 전문 상담원 교육 과정>을 뽑았다. 이제까지 대외 활동들이 주로 레즈비언 대상자에 제한돼 있던 데 반해 이번 행사는 그 대상의 범위를 자유롭게 개방해 두었다. 레즈비언은 물론 그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관련 직종을 가진 일반인도 교육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2008년에는 이제까지 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레즈비언 전문 상담원 교육 과정,  자긍심 키워주기 교육 등 레즈비언들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해 나갈 거라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여성으로서, 또 성 소수자로서 이중 고통을 받아오고 있는 레즈비언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미래를 함께 하는 단체로 행군하길 기대해 본다.     

취재 – 곽경란, 이다해 공감 6기 인턴
정리 – 이다해 공감 6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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