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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특집] 장애인단체 활동가 법률학교 : 1. 법률학교를 마치면서…

 
법률학교를 마치면서
– 독립연대 IL지원팀 이은우

올해는 유난히 봄기운이 더디 오는 느낌이다. 지하철을 타려고 공덕로터리로 넘어가는 언덕길을 휠체어로 달리자니 겨울 파카 차림에도 바람은 아랫도리에서부터 전신으로 파고든다. 이제 3월의 끝자락인데도. 그럼에도 오늘 점심을 먹다가 창문 밖으로 내 눈에 들킨 버들의 가지에는 연둣빛 봄들이 달려 있었으니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시간인가 보다.

아름다운 재단의 공익 변호사 모임 ‘공감’에서 장애인 단체 활동가를 수강생으로 법률학교를 개설했다. 나는 독립연대라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면서 장애인의 역량강화를 위해 법률적 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첫 번째 내가 참여한 독립연대의 대대적인 사업은 지하철역 효창공원 앞 역에 지상과 대합실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설치 운동이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 문제에 대한 처음 우리의 관심은 아래로부터의 민의를 모아 그 힘을 배경으로 정책 결정권자를 움직여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우리의 1만 명 서명인의 큰 목소리는 한낱 아우성이나 투정 정도로 밖에 여겨질지 모른다. 그들을 움직이도록 강제할 수 있는 도구는 법적 근거이고 얼마만큼 효과적인 실행안이 나오게 하는 가는 얼마만큼 법적 근거를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가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경험이 이러하니 나와 동료 3인은 각자 나름의 필요를 더하여 함께 신청을 하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법체계, 민사 및 형사 소소의 절차, 인권위 역할, 장애관련 법령, 사례 스터디 등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를 비롯한 5명의 강사님들이 짜임새 있는 강의를 해주었다. 그런 중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권리구제 조치는 강제력 없는 권고에 그칠 뿐 아니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현재 420 공동투쟁단이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며 인권위를 점거, 농성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6회에 걸친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생존을 위한 현장의 투쟁이 있는 것처럼 법의 영역역시 법제정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강의를 마치고 술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눴듯이 소수자의 권리가 법의 보장 영역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소수자요 사회적 약자가 자신들의 권리가 존중 받기위해 단지 동정만을 받으려하는 것이 아니려면 권리 주장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4월의 임시국회에 상정될 장애인차별금지법, 교육권 관련법, 청각 장애인 관련법이 통과되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사면에 연둣빛 생기를 달고 봄이 솟고 있다. 장애인 인권운동의 흐름 역시 사계를 돌며 흘러 새봄을 또 맞았다. 시간이 앞으로만 가듯 차별 없는 인권의 존중이라는 정점을 향한 운동 역시 멈추지 않을거다. 법률학교를 마치면서 인권과 운동을 법률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도구를 하나 얻었다.

*위 글은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서 발행하는 월간 ‘독립신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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