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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 보험차별의 해결방안 – 염형국 변호사

 


 


상법 제732조에서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법 제732조는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해 왔다. 보험가입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던 중 2005년 1월 경북에 있는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의 화재 사고를 당시 화재로 인하여 장애인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나, 이들이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고 전에 단체보험 가입을 거절당하여 인명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장애인 보험차별의 심각성이 재인식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간보험에서 장애인 관련 실태와 장애인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직권조사 등을 바탕으로 보험관련 법제의 개선 및 정책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를 거쳐 2005년 8월 장애인 보험가입 전반에 관한 권고와 아울러 상법 제732조를 삭제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하였다. 또한 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장애 3급 윤 모 씨가 우체국 상해보험에 가입하려 우체국을 찾았으나 정신장애를 이유로 거부한 사안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한 첫 시정권고를 하기도 하였다.



 2008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 법 제15조에서는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이 해당 재화·용역 등을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재화․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보험가입과 관련하여 법 제17조에서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2006년 12월 유엔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보험가입과 관련하여 위 협약 제25조 e항에서는 ‘특별히 각 당사국은 의료보험, 그리고 생명보험이 국내법에 의해 허용된 곳에서의 생명보험의 제공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조항이 상법 제732조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하여 이에 대한 비준을 유보하였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7조에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에 관한 조항이 있음에도 과거 91년 개정된 상법 제732조를 근거로 하여 위 협약상의 보험조항을 유보하는 것은 신법 우선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적절하지 않다. 위 협약 제25조 e항을 유보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맞추어 상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여야 함에도 오히려 상법 규정을 근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위 협약 제25조 e항에 대한 비준유보는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서는 피보험자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의사능력’이라는 개념 또한 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는 보험회사의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져 앞으로도 보험가입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의 가능성이 상존할 것이다. 따라서 단서 조항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상법 제732조를 삭제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보험 차별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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