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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지원단체탐방- 이주여성 쉼터 <울랄라>

[지원단체탐방]

인천여성의 전화 이주여성 쉼터 “울랄라”를 찾아서

글_ 최서윤, 최지윤 인턴
사진_ 최지윤 인턴


“울랄라”, “야호”, “앗싸” 기쁠 때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리이다.

편집팀에서 찾은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의 이름도 “울랄라”이다.

실제로 쉼터를 찾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절박하고 힘들기 때문에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의미에서 “울랄라”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외국 여성들도 쉽게 발음하고 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천 여성의 전화 배임숙일 회장을 만나 이주여성 쉼터 “울랄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울랄라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을 위해 여러가지 치료 회복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다. 흙을 만지는 행위에는 치유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흙을 만지면서 마음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개인 심리 치료의 경우, 여성들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밤 늦게나 일요일 밖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밤 늦게라도 찾아가서 한다. 또 ‘뿌리내리기‘라는 이름의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찜질방, 민속촌,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고 있다. 또한 ’심신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1년에 한 번 야외로 나가 자연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 쉼터 여성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운영하게 된 계기와 어려운 점 등이 궁금하다.

한국어반 운영은 올해로 5년째이다. 학생, 직장인, 봉사자 7~8명이 선생님이 되어 초?중?고급반 20~30명 정도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반은 쉼터를 열기 전에도 인천 지역의 이주 여성들을 위해 운영했었다. 외국 여성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의사 소통인 만큼, 사소한 오해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이 결혼을 해서 한국에왔는데 함께 살던 시어머니의 친구들이 며느리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일전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면으로 된 잠옷바지를 줬는데, 더운 나라에서 온 며느리는 면으로 된 바지가 너무 입기 편하고 좋았다고 한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잠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할 수 없어 옷을 갈아입으라 했는데 며느리가 이를 알아듣지 못하자 다른 옷을 가져가 며느리에게 들이댔고, 며느리는 끝까지 안 입겠다며 버텼다. 화난 시어머니는 소리를 질렀고, 며느리는 폭력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며 쉼터로 오게 되었다.

상담 등을 통해 소통의 문제가 오해를 낳아 쉼터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이유로 한국어반을 운영하게 되었다.


-가정 폭력 문제는 결혼 이민자 가정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으며, 그에 대한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물론 심각한 신체적인 폭력을 당해 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소한 다툼으로 갈등이 쌓여서 오는 이도 많다.

방문한 여성과 이야기를 해보고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남편에게 연락을 한다. 외국인인 여성의 경우 남편에게 연락하면 즉시 달려온다. 남편이 아내를 돈 주고 사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투자한 것 때문에 오는 것이다. 처음 피해 여성이 오면 일주일 정도 상담을 하고, 앞으로의 상담 과정을 설명해준다.

피해 여성의 남편에게도 피해 여성이 느끼는 것, 그간 쌓여왔던 감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오해를 풀게 하겠다, 이 과정은 8주간이며 피해 여성은 쉼터에 머물고, 남편은 집으로 갔다가 매주 1회씩 만나 상담을 하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여성들은 상담을 하겠다고 한다.

한편 남편들에게는 ‘도대체 이 여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당신한테도 무슨 내용인지 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전국 어디에서든 달려온다. 남편도 답답한 것이 많기 때문에 폭력을 썼다 해도 남편에게 사정을 들어보고, 아내에게 제안했던 상담 절차를 제안한다.

50% 정도는 아내가 도망칠까봐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지만, 우리가 상담을 통해 아내와 남편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오해를 풀어보겠다고 설득하면 대부분 상담에 응하고, 또 상담에 응한 부부는 80% 이상이 잘 산다. 그렇지 않은 부부는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한국인 남편에게 강조하는 것이 돈에 관련된 부분이다. 이들은 돈을 주고 외국인 여성을 사왔다고 생각한다. 중개업자를 통해 여성의 친정에 돈을 주고 데려오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기는데, 이 때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도 돈을 투자해야 함을 상기시켜 이 런 생각을 되짚어보게 한다.


-결혼이민자 가정에서 가정 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이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사고 때문이다.

평소에도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은데 말이 안 통하니까 더하다. 또한 아내가 나이가 어리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아내를 구출해주었다는 생각을 가질수록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아내를 존중하지 않고 성적 대상이나 집안일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안 통할 때 잠깐 진정하고 다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답답해하다가 바로 주먹이 나간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왔다고 하면 아내의 모국어인 필리핀어를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아내가 빨리 한국말을 배우라는 식이다. 외국에 와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너무나 힘든 일인데도 참고 기다려주는 여유도 없다.

-결혼이민자 가정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러한 갈등은 많은 부분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생겨난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소에서는 동남아 여성의 순종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자기 주장이 강한 경우가 많다. 갈등 상황에서 아내의 이러한 면이 표출될 때 순종적인 아내를 기대했던 한국 남성은 당황하게 된다.

한 번은 남편의 폭력으로 중국인 이주 여성과 한국인 남편이 상담소를 찾았는데, 남편이 아내와의 부부 관계를 언급하자 기분이 상한 부인이 탁자에 놓여 있던 주스 병을 남편에게 던졌다. 남편은 이를 피하고는 “하도 많이 당해봐서 이젠 피할 줄도 안다”고 했고, 아내는 벌떡 일어나 남편의 뺨을 때렸다.

특히 이주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경우가 결혼 전에 한 약속, 예를 들어 친정에 매달 얼마간 돈을 보내기로 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때이다. 많은 이주 여성이 이러한 약속을 믿고 결혼을 결정하지만, 남편 측에서는 마음이 있어도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또는 실제로 지키려고 한 약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약속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약속 이행에 대한 개념이 분명한 이주 여성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이것이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의 해결을 돕기 위하여 외국인 배우자를 둔 사람들 간의 상호 지지 체계를 마련하였다. 주로 남편들이 그 대상인데, 예를 들어 필리핀 배우자 모임에서 1년 차, 3년 차, 5년 차, 7년 차 남편들이 모여 3년 차가 1년 차를, 5년 차가 3년 차를 상담하고 조언하도록 했더니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이주 여성이 생각하는 결혼 생활과 한국인 남성이 생각하는 결혼 생활에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혹자는 단체 맞선식의 결혼 중개 시스템을 통한 국제 결혼이 인신매매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도 한다.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이와 같은 형태의 결혼은 이주 여성과 한국인 남편 모두에게 계약 관계와 같고, 그래서 이 결혼을 매매혼이라 하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살 수 있고, 다양한 형태?가족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정상/비정상 가족으로 나누는 논리가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무모한 도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가족의 책임으로 미루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정책적으로 접근하여 사회 복지 체계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주 여성, 결혼 문제에 대한 사회 복지 체계의 기반이 어느 정도 잡힌다면, 이주가 피할 수 없는 추세인 현 시점에서 외국 여성들이 들어오더라도 그에 따른 문제가 많은 부분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중개업 합법화와 관련해서도, 중개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이주 여성이 2년간 남편의 허락 없이는 꼼짝할 수 없도록 묶어놓는 것뿐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감과는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는가? 공감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전할 인사도 부탁한다.

장애우 권익 문제로 염형국 변호사님과, 그리고 여성의 전화 프로젝트로 소라미 변호사님과 일하면서 공감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자문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맡은 부분 전체를 전담해준다는 것이 인권 활동가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활동의 전문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설사 직접 인연을 맺게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하다. 사람이 빠진 논리는 아무리 읽어도 소용이 없다. 공감 뉴스레터는 감동이 있는 글이 참 좋다. 계속 사람이 보이는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한국 남성의 8명중 1명은 외국인 신부를 맞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큰 숫자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국제결혼 가정을 낯설어 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관심이 부족하다. 언어 소통, 또 문화적 차이로 심신(心身)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외국인 여성 뿐만 아니라 이들을 맞아들인 가족 구성원 모두였다.

이미 많은 수의 외국인 며느리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한국으로 왔고, 또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로 그들을 대한다면, 각 가정의 경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생김새도 언어도 각기 다르지만, 따뜻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울랄라”는 인천 여성의전화에서 운영하는
한국 내 이주 여성을 위한쉼터로,
가정 문제 상담, 법적 지원, 직업 연계,
한국어 교육 등 이주 가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www.hotline21.or.kr
(032) 527-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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