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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송, 참여민주주의 성숙의 밑바탕-박현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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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송, 참여민주주의 성숙의 밑바탕

박현섭 변호사- 로위더스 법률사무소

올해는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로서의 주민소송이 시행되는 해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지방의회의원들의 낭비성 해외연수, 업무추진비의 부당사용, 지방자치단체들의 선심성 예산지출 등이 수없이 언론에 보도되어 왔다. 또한 지난 해 4월부터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했던 감사원의 감사관들은 한결같이 “썩어도 너무 썩어 감사를 하면서도 분노가 터져 감사 의욕이 안 생길 정도였습니다.” 라는 한탄조의 감사 후문일답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하고 있다. 즉 현재 민선자치단체장시대를 연 지 11년째이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선심성 혹은 업적 과시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거나 공금을 빼돌리는 등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종래부터 예산낭비 감시와 통제는 정부내부의 통제?감시장치(감사원이나 감사관 등)에만 의존해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 내에 존재하는 감사기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비효율적인 재정의 낭비와 유용이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납세자인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출과 관련하여 부정과 낭비가 자신의 조세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자신이 낸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감시하고 부당한 사용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사법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종래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2005년 지방자치법에 주민소송제도가 제정되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주민소송제도가 성문화되기 전부터 주민소송이 남용되면 행정의 원활한 추진이 저해되거나 위축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단점보다 다음과 같은 장점이 많은 제도임을 각인하여야 할 것이다.

주민소송은 위법한 재무상 행위에 대한 외부적 감시?통제장치로서 기능할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또한 주민 스스로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감시할 수 있으므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만 예산지출과 관련된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에 근접해 있는 공익제보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바, 그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으로부터 이를 보호할 방법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및 인사 전횡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 파산제” 도입과 공무원범죄몰수법 제정이 포함된 “지방자치단체부실비리방지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구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지방재정의 부실화가 비단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현재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를 짓밟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커나갈 수 있는 양분을 더욱 제공하여야 할 시기이다. 주민소송은 주민이 용이하게 주민소송에 접근할 수 있는 주민참여수단으로 제도화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참여민주주의가 더욱 성숙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 박현섭 변호사(로위더스 법률사무소)는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위원이며 주민참여법률지원단의 5인의 변호사 중 한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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