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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결혼 이주여성 – 국제이주기구 김재원

쉼표하나

저출산과 결혼 이주여성

김재원 _국제이주기구

쉼표라는 꼭지 이름에 맞게 읽으시면서 쉬어가실 수 있는 일상 생활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요즘 해외생활 10년 만에 귀국해 아기를 키우면서 한국사회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들이 조금씩 쌓여 넘쳐흐르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영국에서 일하며 공부하며 4년을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지요. 영국에 있으면서 일상생활처럼 자연스러웠던 아이와 엄마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무시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분위기에 사실 좀 분개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힘들기도 합니다.

몇 가지 경험을 풀어 놓을까 합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는 주말이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주중에 해주지 못한 서비스를 해주어야 할 것 기분이 들어 주말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딘가 나들이를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다니면 다닐수록 유아 (아이들은 만 2살입니다)를 데리고 나들이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며칠 전 큰맘 먹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관람객의 80%이상이 5세미만인 아동을 데리고 온 가족이었습니다만 화장실에 유아 변기하나 없고 손 씻는 곳도 없더군요. 수유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관람객이 많을 때는 유모차도 입장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수족관의 위치가 성인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관람하는 내내 아이들이 물고기들을 볼 수 있게 들어 올려야 했습니다. 물론 아이들만 불편한 것은 아니겠지요. 장애인 분들은 그나마 들어 올려줄 수 있으신 분도 없을 것이고 물론 장애인용 화장실도 없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주차장은 만원이고 주차요금도 아쿠아리움 관람객임에도 불구하고 십오 분에 천원하는 거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나들이 하는 데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씀 안 드려도 짐작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영국에 있을 때 애들은 아직 돌도 안 지난 상태였습니다. 둘을 데리고 유모차를 태워서 백화점 나들이를 가면 아이들 의자, 손 씻는 곳, 유아변기, 수유실은 물론이고 음식점에서는 유아를 위한 이유식까지 챙겨 주었습니다. 주차장에는 장애인 주차공간은 물론이고 아직 아이가 어린 가족을 위한 주차공간도 있었습니다. 장애인은 휠체어 표시, 유아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공간에는 유모차 표시가 그려져 있지요. 지하 식품점에서 식료품을 사면 계산대에서 물건을 봉지에 넣는 것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와서 도와줍니다. 아이 보랴 물건 넣으랴 힘든 것을 감안한 배려입니다. 물건을 넣는 카트도 동반한 아이들의 연령을 고려해서 카시트 채로 장착할 수 있는 카트, 9kg까지의 아이가 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있는 카트, 9kg이상의 큰 아이 둘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카트, 심지어 쌍둥이영아를 같이 눕힐 수 있는 의자가 장착된 카트도 있었습니다. 핀란드에 갔더니 아이들 용 카트도 따로 있더군요. 그걸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라하면서 장난감을 넣고 밀고 다니던지 저는 손도 못 대게 했답니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는 힘들 수 있지만 버스에 유모차를 밀고 들어가 탈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었고 주말이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다니는 가족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애들 자는 동안 잠깐 슈퍼에 뛰어 갔다 오는 한국 엄마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다른 사회적 배려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유럽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을 아닙니다. 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들과 스웨덴의 육아를 위한 배려는 현저히 차이가 납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는 평일 낮 시간에 유모차를 밀면서 길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고 남자화장실에도 수유실이 있습니다. 아기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화장실 앞 그림만 보고 여자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 같은 경우는 최근 남녀가 집안일을 공평히 해야 한다는 조례가 생겼을 정도로 여성과 양육을 연결시켜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하니 유럽도 다 같지는 않겠지요.

최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하여 심각하다고 말하면서 이를 이기적인 현대 여성의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를 가지는 것이 스스로를 집안에 가두는 일이 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 배려를 생각할 때 저출산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육아 혹은 출산 스트라이크는 사회에 대한 무언의 반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국수주의자도 아니고 또한 한국으로 결혼으로 오는 외국인 여성에 대하여 혹은 결혼하시는 한국남성에 대하여 반감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에서 혹은 정부에서 비치고 있는 이들 이주여성이 이러한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논조의 글에는 불쾌감마저 느껴집니다. 한국여성도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국인 여성이 낯선 타향에서 무엇을 위하여 출산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낳겠습니까. 좀 배운 여자는 머리에 든 것이 많아서 힘든 것은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들 동남아 등지에서 온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착해서 힘들지만 참고 아이들을 잘 낳아줄 것이라는 가부장주의 사회가 갖는 환상에 이주여성들이 아무 저항 없이 순응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꼭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저출산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태도가 무리한 방식의 이주여성과의 결혼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성인남녀와 자녀로 이루어지는 가족 안에서만 출산을 용인하고 그 외의 방식을 통한 출산에 대해서는 편견과 무시가 뿌리 깊이 남아 있다면, 자녀를 갖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많지 않은 지원제도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영국에서는 모든 의료비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출산 후 3개월까지 조산부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아이가 잘 자라는 지는 물론이고 육아를 담당하는 이가 육아로 인하여 우울증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상담을 합니다. 정기 방문이외에도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집으로 와 줍니다. 어린이는 17세까지 의약품이 일체 무료이며 어린이 한 명당 보조금이 일괄 지급되며 육아를 담당하는 가족이 저소득일 경우 우유 대금 등의 보조지원이 있습니다. 출산한 해에 소득 공제 및 출산 지원비가 지원됩니다.

이러한 지원은 결혼 사실은 무관하며 편부모와 양부모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됩니다.

영국의 정책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정책의 반작용으로 고등학교 다니다 임신하고 출산하여 학교를 그만 두고 육아를 하는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입이 없는 청소년도 육아가 가능한 나라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육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니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도 약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아는 쌍둥이 엄마가 유모차를 가지고 택시를 탔다가 기사분한테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 기사 아저씨 왈, “애 데리고 뭐 하러 집 밖에 나와서 애꿎은 사람 고생시키냐”고 하시더랍니다. 아이들과의 관람자를 배려하지 않는 코엑스 아쿠아리움 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가 아예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는 이와 같은 태도를 인권 침해라고 느끼는 것은 과장일런지요.

아이가 있어도 같이 쇼핑을 갈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이 지원되고 가족의 형태가 다문화든 편부모이던 동성부모이든 관계없이 사회구성원을 재생산하는 단위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주여성 백만 명을 결혼으로 이주시킨들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의 비관적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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