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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대 결과 사망한 5세 아동, 가해자만의 책임인가 – 아동을 살리지 못하는 아동보호시스템_소라미 객원연구원

 

  2019. 9. 26. 5살 아동이 계부로부터 가혹한 폭행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각주:1] 2년여 간 보육원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가해자는 이 사건 전인 2017년 아동학대 혐의로 적발되어 2018년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 사건으로 피해아동과 동생은 2년 6개월간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2019. 8. 30. 집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2019. 10. 4. 친모 또한 아동학대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긴급체포 되었다.

 

  정부는 지난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여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7월에는 분절적으로 이루어졌던 아동보호지원체계를 보다 통합적으로 진행하겠다며 복지부 산하에 ‘아동권리보장원’을 설립했다. 이런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어린 5세 유아가 아동보호시스템 안에서 살해당했다. 이 참혹한 결과를 가해자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우리에게 아동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지점은 없었을까.

 

  피해 아동을 학대와 폭력이 발생했던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중한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잘못된 가정 복귀 조치는 자칫 하면 아동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과 절차로 복귀할 가정이 아동에게 안전하다고 판단했을까.

 

  본 사건에서 가정복귀 결정을 내린 이유로 피해아동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했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언급된다.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피해아동 가정복귀 의견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아동 상담시, 친모에 대한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보고 싶어 하고 만나는 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 계부에 대한 질문에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보고싶다고 표현하며 선물을 사주기로 한 약속을 기억하고 기대하는 모습을 보임”

 

  “피해아동이 친모, 계부와 만났을 때 거부감 없이 인사하며 계부에게 안기는 모습 관찰됨, 피해아동은 외출 후 보육원 귀원 시 보호자들과 떨어지기를 거부하며 울었고”(2019. 10. 23. 김상희 국회의원 보도자료 중)

 

  의견 청취 당시 피해 아동의 연령은 만 5세, 가해자인 계부와 함께 살았던 기간은 2016년~2017년 사이 몇 개월이 전부, 2017년 사건 발생 후 2년 6개월간은 떨어져 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 5세 아동이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피해아동의 진의로 고스란히 고려할 수 있을까. 아동의 입장에서는 친모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아빠와도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된 것은 아닌지. 당시 말하는 아동의 태도(머뭇거림)는 충분히 고려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나아가 부모가 아동을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점과 이를 위해 부모가 상담과 교육에 성실하게 참여한 것이 아동복귀 결정에 주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가해자인 계부가 대면상담 12회, 심리치료 및 부모교육 8회가 진행되는 동안 성실하고 협조적으로 참여했고,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상담치료 및 교육, 월 1회 가정방문, 가정귀가 후 최소 3개월 사후관리‘를 받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가정복귀를 결정했다고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피해아동 가정복귀 의견서>에는 “계부가 화를 참지 못하는 성향이 있어 재학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 향후 상담 등을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시설 퇴소를 요청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가정복귀 결정에는 가해자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점, 아동을 보호 중인 보육원 관계자에게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는 점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 상담원 1인의 판단이 사실상 주요하게 작용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차원에서 별도 전문가의 자문이나 위원회의 논의를 거친 바 없으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설 퇴소 결정시 아동복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과연 이러한 절차의 가정복귀 결정이 아동의 생명과 아동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전문성과 법적 절차를 구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결국 피해 아동은 가정에 복귀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살해당했다. 이러한 재학대 위험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아동이 집으로 돌아간 후 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은 9월 4일, 9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로 가해자에게 대면상담을 요청했으나 가해자는 거부했다. 20일 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다시 가해자와 통화했으나 가해자는 또 다시 상담을 거부했다. 그때 피해아동은 가해자로부터 잔혹하게 학대받고 있었다. 사건 당일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는 가해자에게 다시 전화했으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그 날 아동은 학대 결과 사망했다.

 

  아동이 사망한 시점은 가정복귀 조치 후 한 달도 안 된 시점으로 이 시기에 아동의 안전은 아동보호시스템 하에서 더욱 철저하게 모니터링 되어야 할 때였다. 하지만 경찰과 법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보육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개입과 보호 아래 있었던 5세 아동은 결국 돌아간 가정에서 재학대를 당하고 사망했다. 아동이 부모에게 돌아가겠다고 해서 돌려보냈으니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부모가 교육과 상담을 성실히 이행했는데 어떻게 다시 아동학대를 할 줄 알았겠냐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가, 부모가 사후관리에 협조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며 핑계를 댈 수 있는가. 가해자 말고 이 아동의 사망에 대해 책임질 곳은 아무데도 없는가. 우리는 이러한 결과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는가.

글_ 소라미 (공감 객원 연구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각주:2])

 

 

  1. 2019. 10. 7. 중앙일보, 심석용 기자, “5살 의붓아들 2주전부터 때렸다…계부, 상습학대 혐의 추가” [본문으로]
  2. 소라미 변호사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공감에서 일하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일하며 로스쿨 학생들의 임상법학(리걸클리닉) 수업 및 프로보노활동 기획, 공익진로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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