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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자문위 칼럼] 정치에서 적자생존의 논리-박갑주 변호사




 


1.


이 칼럼은 원래 지난 달 요청받았다. (지방선거로) 바쁘다는 이유로 이번 달로 미루었는데, 선거결과가 나온 지금 차라리 지난 달 쓸 걸, 후회막급이다. 괴롭게도 나로서는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


투표 전까지는 소위 개혁진보진영의 거대한 후보단일화(사실은 진보신당 후보의 사퇴였다) 압력과 개표 후에는 오세훈의 서울시장 당선에 대한 책임을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에게 묻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비난이 예상되지만, 그것을 각오하고 미리 밝히면 나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의 독자완주를 주장한 진보신당 당원이다.


 


3.


선거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MB정권 독주 견제라는 민심 폭발로 한나라당 참패, 민주당 압승, 민주노동당 수도권 첫 구청장 배출 등 선전, 진보신당 3% 정도의 정당지지율 획득, 오세훈 서울시장 신승 등. 그렇다면 진보신당과 노회찬은 이번 선거에서 잘못했고, 진보신당을 지지한 3%는 의미가 없으며, 앞으로 진보신당은 독자생존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나는 공감 칼럼에서 그와 같은 주제와 관련이 있는 진보신당의 선거전략, 3% 지지의 의미 등을 이야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정치의 영역에서조차 존재하는 주류세력(main stream)의 독식욕(獨食慾), 소수세력에 대한 무시, 적자생존의 법칙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겠다.


 


4.


정당정치란 노선과 정책이 다른 세력은 각자 자신의 정당을 만들고,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인 선거에서 자신의 후보로 평가받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공동 목표가 존재하고 서로 합의를 통하여 이익을 조정할 수 있을 경우 서로 다른 정당 사이에서 소위 연합정치, 선거연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MB정권의 독주 견제를 위하여 민주당과 정책, 노선이 다른 진보신당이 이번 선거에서 독자후보를 출마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정당정치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논의할 가치도 없다 할 것이다. 그와 같은 논리라면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의 후보 또는 가장 지지율이 높은 야당후보 이외에는 출마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반MB라는 목표를 위해서 민주당 등과 합의를 통하여 조정을 할 수는 있었겠으나,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광주 등에서 기존 3인 선거구마저 자당이 독식하기 위하여 분할하고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어떤 실질적 양보도 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욕심, 소수세력에 대한 무시 때문 아니었던가?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반MB의 실질적 귀결은 진보신당의 출마포기, 후보사퇴인데 진보신당의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완주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진보신당의 책임인가? 결과적으로 서울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서울의 경우만 보자.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얻은 3% 정도의 지지 때문에 한명숙이 선거에서 졌다는 주장은, 이번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노회찬에 대한 지지율이 15% 정도까지 올라갔는데, 그렇다면 MB정권 독주 견제를 위해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12% 정도의 노회찬 지지자를 가져갔으면서도 노회찬이 나머지 3%를 포기하지 않아서 졌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시도(市道)와 다르게 왜 서울에서는 한명숙 후보가 패배했는지, 한명숙 후보가 받은 표가 민주당의 서울 구청장 후보 지지표 합계보다 4만 표나 못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와 반성 없이 오로지 정치적으로 소수세력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동물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적자생존의 논리인 것이다.


 


5.


민주당이 비록 야당이라고 하지만―지난 정권 10년 동안의 책임은 논하지 않더라도―정치에 있어서는 한나라당과 다른 또 하나의 주류세력(main stream)이고 심지어 대부분의 개혁진보진영이라는 세력마저도 기존의 관계나 앞으로의 관계 등의 이유로 그 앞에 줄을 서거나 묵인하는 거대세력이며 그것은 이번 선거 결과로 더욱 강화되었다.


 


다른 한편 이번 선거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민주당이 앞으로 한나라당과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다른 야당과 정치적 소수세력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이 받은 지지율이 비록 3%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3%의 진보신당 지지자들은 지난 10년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고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이므로 MB정권 독주 견제 논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쉽게 명분 없이 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신당을 비롯한 정치적 소수세력이 앞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연합정치에 대하여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르겠지만, 만일 민주당이 진정 연합정치를 원한다면 자신이 모든 것을 독식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소수세력에게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민주당이 비례대표제 확대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약속한다면 단기간에 연합정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_박갑주 변호사(법률사무소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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