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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칼럼] 이런 기부, 저런 기부, 아름답지 못한 기부 – 하승수 소장







 


재산도 돈도 별로 없지만, 매달 회비나 후원금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이 꽤 된다. 시민단체 회비도 있고 지역 공부방에 내는 후원금도 있고 딸 애 이름으로 나가는 월드비전 후원금도 있다. 그 외에 부정기적으로 내는 후원금도 있다 보니, 우리 집 전체로 보면 월 수입의 10분의 1 이상은 기부를 하는 셈이 된다. 지난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 ‘십일조’를 해 온 셈이다.


 


이렇게 후원금을 내면서 반대급부를 바란 적은 없다. 아마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그런 심정일 것이다. 그저 잘 쓰고 있으려니 믿고 기부를 한다. 가끔 소식지나 이메일을 받으면 반갑지만, 그렇게 안 해도 믿어 준다. 기부를 하는 내 이름이 소식지에 표시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가족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어느 정도 느끼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는데 보탬이 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 정도면 그만이다.


 


나처럼 크지 않은 돈을 꾸준히 기부하는 기부자도 있지만,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익명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기부자도 있다. 그런 분을 가끔 보면, 존경하게 된다.


 


물론 그런 사람은 소수인 것같다. 자기의 이름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같다. 요즘 대학교 같은 데서 하는 걸 보면, 기부자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같기도 하다. 그래서 기부자의 이름이 들어간 건물, 강의실, 의자들을 보게 된다. 큰돈을 기부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기금을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자신이 아예 재단법인같은 것을 만들어서 이사장을 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런 경우들을 보면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기부를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 그렇지만, 좋은 일에 자기의 큰돈을 내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용인을 하게 된다. 이해도 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자기과시를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기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기부받은 사람에게 관철시키려 하는 경우이다. 장학금을 내면서 소위 ‘SKY대’ 다니는 학생에게만 장학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부자. 청소년들 활동에 후원을 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하는 기부자 이야기를 최근에도 들을 수 있었다.


 


람들의 삶의 현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시콜콜하게 간섭을 하는 기부자도 좋지 않다. 특히 복지사업이나 교육ㆍ청소년 사업에 대한 기부는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정말 도움이 되는 기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기부를 하는 사람이 어설프게 자기의 부족한 정보와 경험을 가지고 복지사업, 교육사업, 청소년사업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간섭을 하다면, 그런 기부는 사회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기부이다.



솔직히 이런 기부들은 아름답지 않다. 기부는 자신의 부를 다른 사람과 나누겠다는 동기를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 것을 내려놓는 게 기부인 것이다. 내려놓아야 할 것에는 돈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아집과 독선도 포함된다. 그래야 진정한 기부이다.


 


그런데 자기 것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자기 것을 지키고 자기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 한다면 그것은 기부가 아니라 자기 과시이고 자기집착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기부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기부의 양에 대해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기부의 ‘질’에 대해서도 얘기할 때가 되었다. 아름답지 않은 기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부도 ‘기부’라고 칭송할 때는 지났다. 그런 기부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아름다운 기부가 많아질 수 있다.


 


 


글_ 하승수(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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