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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칼럼] 우리 모두 야생마가 되자 – 여영학 변호사





 

1.

‘박근혜-손수조 카퍼레이드’ 사건은 아무리 따져 봐도 선거법 위반이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카퍼레이드는)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로서 행하는 예의’라고 훈계까지 덧붙였다.

 

선관위의 보도자료는 대법원 판례도 들먹였다. 지방의회 의원선거에 입후보한 사람의 처가 평소 다니던 동네 약국에 약을 사러 가서 ‘이번 선거에 남편이 출마하는데 같은 김씨니까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사례였다. 뭐 이런 걸 가지고 기소까지 했나 싶었는데, 고등법원도 유죄판결을 했다. 대법원이 그것을 뒤집었다. 이건 이해가 간다. 누가 봐도 ‘의례적인 행위’다. 하지만 카퍼레이드 사건과는 영 다르다.

 

선관위 직원이 쓴 ‘해명 글’은 거부감만 든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끄트머리에다 ‘부탁의 말씀’이라는 제목을 달아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편들기 위해서 편파적인 유권해석을 하고 단속한다는 말씀은 사절합니다. 사실을 왜곡하여 선관위의 정당한 법집행을 호도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부탁치고는 무례하다.

 

선관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 행위를 사전에 준비했다고 해서 선거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의혹을 품는 ‘사실’을 확인해서 밝히면 된다. 상인회에서 박 위원장의 방문을 알리면서 사람을 모아뒀는지, 선루프 차량은 누가 어떻게 해서 준비했는지 등등을 말이다.

 

 

2.

얼마 전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정전 사고가 뒤늦게 드러났다. 전원이 차단됐는데도 비상 발전기가 돌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원자로를 태연히 가동했다. 하마터면 끔찍한 노심용융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조선일보조차 ‘후쿠시마 원전 이상의 엄청난 재앙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썼다. 발전소 간부들은 사고 은폐를 모의했고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지난해 원전을 감시하고 사고를 예방하라고 만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변명했다. 원전의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아톰케어’라는 원격감시시스템이 있었는데도, ‘그 때 하필 고리 1호기가 정비 중이어서 몰랐다’는 것이다.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구나 강창순 위원장은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번씩이나 “안전위원회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폐쇄 주장에 대해 그는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무능하다고 해야 할지,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3.

두 위원회가 우리 공동체의 운명에 끼치는 영향은 너무도 크다. 민주주의의 앞날과 국민의 생존이 그들의 손끝에 달려있다고도 할 만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두 위원회의 그런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두렵기만 하다. 마땅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무력감도 든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권력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놓을 수 있으니. 우리가 눈감지 않는다면! 거짓에 길들여지지 않는다면!

 

 

 

 

 

 

 

글_여영학 변호사 (법무법인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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