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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 칼럼] 대형마트 규제, 지역공동체 살리기의 전제이다 – 이은우(법률사무소 지향)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형마트(Big Box, Chain)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에 대한 영업규제방침에 대한 논의는 물론, 각 대선 캠프별로 지역상권 살리기 정책에 대한 논의가 민생과 관련하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민주통합당의 전라북도 전주시의회가 지난 2월 전국에서 최초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시간제한 및 강제휴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면서 촉발되었다.


영업을 법적으로 규제하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부처에 따라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전통시장 매출증가에 효과가 작지만 소비자들의 불편이나 대형마트 종사자들의 고충은 크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정반대로 전통시장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조례보다 강력한 법 제정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소상공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2. 10. 5. 조선일보)


심야영업의 규제, 휴일영업의 규제 등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은 소비자 일반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력이 없는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는 반시장정책이라고 반발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중소유통상인들의 생존권과 관련한 문제로만 인식하여, 맞벌이 부부나 독신 직장인들은 심야쇼핑 제한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신도시 입주민들은 주택가격과 대형마트 입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만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대형마트 입점 소상공인들의 손해와 시간당 임금을 받고 고용되는 매장 직원들의 고용 감소 피해와 관련한 대형마트 규제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지역중소기업과 전통시장,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의무휴업ㆍ거리제한 등 각종 정책은 민생을 돌보는 정책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선심성 공약에 불과한 것일까?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이런 논란 가운데 구체적인 통계로 최근 대형마트와 SSM의 점포 수와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재경 의원(새누리당 진주을)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대형마트, SSM 증가현황 및 영업이익’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3개 대형마트의 경우 2012년 6월 기준으로 전국에 364개의 점포가 있으며, 이는 2008년 286개에 비해 27.2% 증가한 수치다. 주요 3사의 매출액은 2008년 대비 37% 증가하였고, 영업이익은 102.8% 급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08년 전국 349개 불과했던 4대 SSM(이마트 에브리데이, GS슈퍼,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은 불과 4년 반 만에 1,019개로 무려 3배(191.9%) 가까이 폭증하였고, 대형마트와 SSM의 한해 매출규모가 30조에 달함으로써 SSM에 의한 골목상권 장악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었음이 증명되었다. (2012. 9. 28. 뉴스웨이)


대형마트에 의한 지역상권의 몰락이 지역공동체와 국가공동체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는 우리보다 먼저 대형마트에 의해 지역상권이 몰락한 경험을 하여,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의 경험과 연구들이 타산지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미국의 NGO인 ILSR(Institute for Local Self-Reliance)은 2010년에 발표한 자료에서 ‘지역상권 활성화가 중요한 10가지 이유’(Top 10 Reasons to Support Locally Owned Businesses)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는데, 금과옥조처럼 우리가 경청할 내용이다.


1.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지역의 특성화 사업을 보존하고 독특한 개성을 갖추 는 것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

2. 지역 기반 기업은 활력 넘치는 도심 중심가를 유지하고, 지역 이웃들을 경제적, 사회적 관계망 속에 연결하고, 지역요인에 기여하게 함으로써 강력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3. 지역 기반 사업체들은 지역의 중요한 결정들을 공동체 내에서 그 결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민들의 손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보장한다.

4. 체인스토어와 비교하여 지역 기반 기업들은 전체 지역 사회를 풍요롭게 하면서 지역 경제에 수입의 더 많은 부분을 환원한다. Civic Economics(2012.8)에 의하면 지역 기반 기업들은 체인스토어에 비해 평균적으로 4배 정도 지역 경제에 더 기여한다고 한다.

5. 지역 소유 기업은 지역사회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부 분야에서 체인스토어보다 더 많은 임금,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한다. ILSR의 2012년 7월 리포트에 의하면 월마트는 낮은 비용을 위해 중국산 수입을 늘렸는데, 이 때문에 지역사회의 견고한 중소 제조업자들과 소규모 지역기업들을 몰락시켜 미국 중산층을 붕괴하였다.

6. 기업가 정신은 미국의 경제 혁신과 번영을 독려하고 지역민들이 저임금 일자리에서 탈출하여 중산층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7. 도심의 지역 상점은 비교적 작은 인프라가 필요하고, 체인이나 대형 쇼핑몰보다 공공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8. 지역 상점은 역동적이고 소형의 보행 가능한 도심을 유지하여 자동차 사용과 서식지 손실을 줄이고 공기와 물 오염을 예방하고 도시 스프롤 현상(무계획적인 도시 외곽 팽창현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9.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시장은 장기적으로 혁신과 저렴한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10. 수많은 중소기업이 전국적인 규모의 영업 계획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지역 고객의 필요에 따라 생산품을 결정하게 되면 제품 선택에서 훨씬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사정은 우리나라에서 좋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형유통업체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의 매출은 계속 감소하여 폐업하는 소매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현상이 계속되면 유통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대형 소매점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 뻔하다.


모든 상품을 갖춰 놓고 판매하고 있는 것 같은 대형마트의 화려함과 달리 유통시장 독과점은 소비자 선택권을 오히려 제약한다. 다양한 종류의 판매자들이 상생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시장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소비자들이다. 지역 기업의 활성화는 지역 기반 서비스업, 예를 들면 회계 및 인쇄업 등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키고 지역에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로컬기업은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운반, 유통 등 연쇄적으로 지역 안에서 돈이 돌게 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골목상권이 몰락하면 골목의 활기가 사라지고,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활기가 사라져, 민주주의마저도 위협받는다.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기존의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규제가 실효를 못 거두고 있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허가 조치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입점 규제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형마트에 주어지는 보조금들은 원점에서부터 그 효과를 재평가하여 특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지급을 중단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대형마트가 지역공동체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부분은 형평에 맞게 수익자로서 부담을 지도록 할 필요도 있다. 어쨌든 그 대책은 근본적이어야 하고,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글_이은우(법률사무소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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