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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활동후기] 작은세미나_’불편함’ 그리고 청소노동자








 



– 윤지영 변호사의 ‘취약계층노동’에 대한 세미나를 듣고 나서

“이 강의를 듣고 나면 불편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윤지영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강의이기에 불편함이 느껴지게 될 것일까?’ 그렇게 ‘불편함’에 대한 궁금증으로 윤지영 변호사의 ‘청소노동자를 중심으로 본 취약계층노동’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피부에 직접 와 닿았던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



강의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만든 취약계층노동자에 대한 동영상으로 시작됐습니다.
(동영상 보기 : http://www.facebook.com/withgonggam 왼쪽 메뉴에서 동영상 클릭)



인력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물건처럼 다뤄지는 현실을 풍자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여의치 않으면 버려질 수 있는 물건’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그들에게 저항은 계약해지를 의미하고 그것은 곧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청소노동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11년 4월 4일부터 2011년 5월 11일까지 실시된 ‘따뜻한 밥한 끼의 권리의 캠페인단’의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른 통계자료들은 이러한 현상을 더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노동자들의 대부분은 50~60 세의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중 64%가 넘는 인원이 본인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구주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평균 임금은 세후 100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혼자서 생활해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한 가족이 한 달을 생활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설문조사가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즉 상대적으로 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윤지영 변호사는 노동조합조차 가지지 못한 다른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은 훨씬 더 열악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임금문제 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한 노동환경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평균노동시간은 1일당 8.7시간으로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합니다. 휴게시간은 1일당 108.1분으로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며, 이마저도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하루 10시간이 넘도록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힘든 몸을 쉬게 할 작은 휴게 공간조차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그저 살기 위해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 계속되는 악순환의 고리 – ‘용역’


 


청소노동자의 고용형태는 용역직이 93.2%로 청소노동자 대다수가 용역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용역직에서는 실제적으로 용역의 혜택을 받는 위탁업체와 노동자들을 고용, 관리하는 수탁업체가 따로 존재합니다. 사업주간의 계약을 통해 도급, 위탁의 형태로 노동자들은 사용사업주 아래에서 일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 법제상 도급업자는 일의 위탁만을 맡길 뿐 노동자들을 감독·관리 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그들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즉, 인력업체를 통해 청소노동자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회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인한 수혜를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게 됩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관리·감독권을 지닌 인력업체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세한 인력업체가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위탁업체와 수탁업체 사이에서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대상조차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한 대기업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소송들이 진행 중에 있으며 수십~수만 명의 노동자가 관련되어 있는 문제인 만큼 우리가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입니다.
 
관련기사 – [한국일보] “현대차 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노동위 첫 인정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09/h2011091602352821950.htm


판례 – 대판 2008두4367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제재심판정 취소
http://glaw.scourt.go.kr/jbsonw/jbson.do



#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 – 노동자들을 위한 법 제도 정비의 필요성



윤지영 변호사는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의 원칙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함으로써 위탁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노동자들에 대한 위탁업체의 책임을 인정하여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직접고용의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간접고용이라는 구조로 인해 생기는 노동자의 권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안을 선도해야할 정부의 노력은 아쉽습니다. 국가계약법상 국가가 계약을 체결하는 원칙은 ‘입찰’입니다. 국가계약은 거의 대규모로 진행되고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이를 입찰하려는 경쟁은 치열합니다. 국가계약법상 입찰에서 ‘최저가’를 선택해야 함이 법률상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업체들은 가격 덤핑을 하기 일쑤이고 이 와중에 결국 그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입찰가를 국가사업 예정가격에서 85%를 하한으로 정한 시행령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1996년 폐지되었습니다.

국가마저 계약에 있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극단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들에게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를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적극적인 노조법, 도급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결국 우리의 문제일 수 있는 취약계층노동 문제



‘청소노동자’를 중심으로 강의가 이뤄졌지만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의 문제는 나아가 비정규직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 중 하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나와 다른 ‘남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입니다. 예전 한진중공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며 함께 참여하길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리해고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들마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자 결국 같은 노동자임을 강조하며 참여를 권유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통계청의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정규직의 숫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비정규직은 계속 증가한 결과, 2010년 어느새 비정규직의 숫자는 거의 정규직과 비슷해졌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도 결국 잠재적 비정규직 노동자 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보는 태도가 필요하며, 그러한 시각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우리 사회가 처한 취약계층노동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윤지영 변호사가 강의를 시작하며 말했었던 ‘불편함’이 어느새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불편함’은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취약계층노동의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열악함을 깨닫게 되고, 그러한 문제를 남의 문제로만 생각했었던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행동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내일은 학교에서 고시반 자리를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께 밝게 인사드리며 음료수라도 한 잔 건네 드려야겠습니다.     

 



 


 


글_14기 인턴 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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