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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턴활동후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2009년 9월, 당시 교환학생을 마치고 갓 귀국한 제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을 만나게 된 것은 실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내가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죠. 4학년 2학기, 취업을 앞둔 졸업 예비생으로서 이제는 학교 담장을 벗어나 뭔가 ‘사회와 가장 밀착되어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으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일을 찾던 제게 공감의 인턴은 굉장히 매력적인 자리였습니다.


 


당시 공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뭔가 좋은 일을 하는’ 비영리 단체, 그렇게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지요. 하지만 정기 인턴기간을 마친 지금, 지난 6개월 동안 제게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저는 내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을 뿐 아니라 전과 달리 공감에 대해 진심어린 애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공감의 인턴 생활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란 어렵지만, 꼭 그래야만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유명한 시구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고 말입니다.



공감의 인턴으로 활동하다보면,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낯선 것들과 자주 마주쳐야 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었고 그래서 늘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에 물음표를 찍는 것, 단어 하나만 바꿔도 상대방을 훨씬 존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조용하지만 큰 충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늘 같은 번호로 시작하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숫자 1과 2는 행정상 편의를 위한 분류기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공감이 주최한 월례포럼에 참석하면서, 제게는 아무것도 아닌 1과 2의 차이가 트랜스젠더들에게는 직업을 포기해서라도 바꿀 만큼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자 현실이었습니다.


 


또한 ‘미네르바’ 구속과 관련된 전기통신법에 대한 헌법소원, 이주민 출입국단속 과정의 문제, 장애여성과 성매매 피해여성의 삶 등 공익 ‧ 인권 침해와 관련한 실제 사례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구체적 고민을 해볼 수 있었던 것도 큰 배움이었습니다. 스스로 관련 서적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함께 활동하는 인턴들과 토론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인권’이란 거대하고 추상적인 단어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전자와 같은 과정이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하는 좋은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소위 상위계층이라 불리는 변호사들이 일반회사원의 월급도 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공익적’ 사건에 전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희망이었고,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고, 저 또한 감히 세상을 밝히는 촛불 하나가 되리라는 꿈을 품게 되었던 것. 그것이 인턴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공감을 거쳐 간 많은 인턴들은 법조인이 되어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비록 저는 법조인이 아닌 ‘언론인’이라는 다른 길을 가려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늘 힘이 납니다. 우리 사는 세상을 더 따뜻하게, 살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공감. 알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감. 절벽 위에서 피는 꽃이 더 향기로운 것처럼, 쉽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그 길 위에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 걸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_10기 인턴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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