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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턴기고] 횟수 제한만이 방법인가요?




 


지난 10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있었던 공개변론을 많은 공감 인턴들과 함께 방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한 달에 한 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헌법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만 공개변론을 한다. 공개변론의 과정에서 오간 공방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용허가제와 직장변경횟수 제한제도

산업연수생 제도가 가졌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란 대한민국과 송출국간의 협약을 바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는 제도이다. 국내의 중소기업은 내국인을 고용하려는 노력을 한 뒤에도 인력을 조달하지 못한 경우에만 이 제도를 통해서 외국인을 들여올 수 있다. 이렇게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3년의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에서 노동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직장변경의 기회를 원칙적으로 세 번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이번 공개변론의 대상인 법률조항의 내용이었다. 청구인인 외국인들은 모두 3회의 직장변경 이후에 계약이 해지되어 대한민국에서 출국하거나 불법체류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 직장변경횟수 제한제도가 대한민국의 헌법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공개변론의 쟁점이 되었다.

 
3회 변경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유례없는 특혜? 현대판 농노제도?

이날 공개변론에서 양측의 의견대립은 직장변경횟수 제한이라는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이해당사자인 고용노동부측의 대리인은 대한민국의 법률이 직장을 3회 변경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은 직장변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있는 외국과 달리 국내법이 이주노동자에게 시혜적으로 인정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로 출석한 설동훈 교수는 미국의 법률이 간호사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직장변경을 금지하고 있음을 예로 들어 우리 법제가 특혜임을 강조하려 하였다.



반면, 원고측 변호인단의 권영국 변호사님은 이를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직장변경횟수에 제한을 두는 한 고용허가제는 농노들이 중세시대 봉토에 종속되던 것과 같이 이주노동자를 사용자에게 종속시키는 현대판 농노제도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되는 과정이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간택하는 형태를 취하는 점을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원고측 변호인단의 윤지영 변호사님은 3회의 횟수제한을 두는 것의 목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바 있었던 외국인 노동자의 과도한 임금상승방지는 시장경제질서에 반하고, 내국인 고용의 보호라는 또 다른 목적과 상충됨을 들어 목적의 정당성이 없거나, 수단의 적합성, 필요성, 상당성을 위반하여 비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인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함을 주장하였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직장변경횟수를 초과해서 출국하여야하는 처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임금체불, 폭행, 장시간노동 등의 부당한 처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을 특혜라고 보는 고용노동부측의 견해에는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1회 정도는 남겨두어야?

고용노동부 측의 전문가로 출석한 설동훈 교수는 3년 동안 3회씩이나 변경을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이주노동자들도 만약을 대비해서 1번 정도는 변경할 여유를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면서 마치 이 사건이 제도의 비합리성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의 비합리적으로 변경기회를 소비해서 생기는 문제인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사용자의 폐업이나 부당한 조치로 인해 마지막 한번의 기회를 쓴 뒤에는 또다시 그러한 사정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가지기 어려웠다. 

 
외국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국가의 주권

결국 문제의 핵심은 3회의 횟수제한이 외국인인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로 귀결되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질문도 이 부분에 집중되었다. 이주노동자에게 인정된 직업선택의 자유가 헌법적 권리성을 가져서 직장변경 제한이 그러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이주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는 고용허가제에서 인정하는 단순한 법률상의 권리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졌다. 법률상 권리로 보는 경우에는 위헌적인 요소가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이주노동자의 경우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 국가가 외국인의 출입국에 대해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의 주권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유기적인 해석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양측 변호인단에게 그에 대한 연구를 주문했다.

 
국민헌법에서 시민헌법으로 나아가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적극적 해석을 기대하며

이러한 문제는 결국 우리 헌법이 기본권의 주체를 명문으로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는데서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민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사회는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과 국제사회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헌법도 국민국가의 헌법을 넘어서 시민헌법으로 나아가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즉, 원고측 전문가로 출석한 한상희 교수님의 의견과 같이 더 이상 국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를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바라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산업연수생 사건에서 외국인의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는 등 시민적 권리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번사건을 통해서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된 이상 누구나 헌법에 근거한 기본권을 보유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서 시민헌법으로 나아가는 논의를 선도하는 헌법재판소가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글_ 12기 인턴 이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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