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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사각지대인 우리나라 정신병원_염형국 변호사

공변의 변

인권의 사각지대인 우리나라 정신병원

염형국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정신병원, 생사람을 잡는다.

지난 2001년 정씨 여인이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됐다가 71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사건이 있었다. 정씨는 종교문제로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행에 시달리자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왔다. 이후 ‘다시 잘해보자’는 남편의 말을 듣고 집에 돌아갔지만 곧바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 갇혔다. 정신병원에서 정씨는 산책은 물론 법이 보장하는 통신권마저 일체 차단됐다. 정씨는 입원기간 내내 병원 측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설명하며 퇴원을 호소했지만 정씨의 호소는 무시되었다. 궁리 끝에 정씨는 구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몰래 써서 병원을 나가는 사람 편에 보냈고, 결국 두 달여 만에 정신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정씨는 생사람을 정신병원에 잡아가둔 남편과 정신과 의사를 상대로 감금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였다. 법원에서는 2006년 4월 정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남편에 대한 감금 혐의에 관하여 유죄를 선고했지만 정신과 의사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정신병원은 90% 이상이 강제입원

정씨 여인의 사례는 강제입원된 일수가 71일밖에 되지 않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이다. 밝혀지지 않은 부당한 강제입원에 의하여 지금도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있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정신병원에의 강제입원은 인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로서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나, 정신보건법상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규정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입원을 보호의무자의 입원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만으로 손쉽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앞서 본 것처럼 부당한 강제입원을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03년을 기준으로 하여 자의에 의한 입원은 7.9%에 지나지 않았으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74.8%, 지자체에 의한 입원이 15.6%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강제입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입원심사제도가 장기입원을 조장

정신의료기관에서 불필요하게 장기입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속입원 심사제도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거의 장기입원 방지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입원심사가 청구된 건 중에 퇴원명령은 불과 4.4% (2001년 기준) 수준에 머물고 있고 95.6%가 계속입원 판정을 받는 점을 보더라도, 이 제도가 장기입원을 줄이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과 시설에의 평균재원일수는 1994년을 기준으로 국?공립 정신병원은 262일, 사립 정신병원은 962일에 이르고, 정신요양시설은 무려 2,526일에 달한다.

현재 정신보건심판위원회는 시·도마다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시?도 단위로 5~7명의 위원들이 월 1회, 1~2시간 만에 1,000여명에 달하는 입원환자의 계속입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위원들이 환자 대면 없이 서류 위주로 심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므로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불필요한 강제입원?장기입원 방지가 해결의 열쇠

그 외에도 정신보건법에서는 한 병실에 10인 이내로 수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고, 병동 목욕탕에까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입원환자들의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또한 관리 및 통제 목적으로 격리?강박이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으며, 작업치료를 빙자한 강제노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의료급여의 환자의 경우에 대부분 약물요법에 의존하여 심리사회적 치료를 위한 각종 사회기술훈련 및 사회재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신보건시설에서의 인권침해의 근본원인은 불필요한 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이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는 점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필요한 강제입원 및 장기입원을 대폭 줄이게 되면 자연스레 정신보건시설에서의 인권침해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강제입원의 요건을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계속입원 심사제도 또한 대폭 개선하여야 한다. 계속입원심사를 하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를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거나 복수의 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조사기능을 강화하고 원칙적으로 환자 대면심사에 의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심사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신과 시설에의 입원환자 수가 감소추세에 있음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입원환자 수는 1980년 1만2천명에서 2003년 5만7천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은 위험하므로 이웃으로 지내기를 꺼려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수용하여야 한다는 뿌리깊은 편견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태리에서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정신병원 입원을 금지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도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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