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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업규제에 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 – 장호순

 대통령직 인수위는 신문법을 폐기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제정된 신문법은 신문시장의 집중과 독과점에 따라 나타나는 여론독과점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다. 신문법에 따라 일간신문사에게는 소유지분제한, 복수소유금지, 타매체 겸영제한, 경영자료 공개 및 신고의무,  엄격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 등이 적용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유력 보수일간지들은 신문법이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하며 입법을 반대했고, 법 제정후에는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6년 6월, 신문의 겸영 및 소유제한, 경영자료신고 및 공개의무 조항에 대해 합헌판정을 하고, 신문의 복수소유 금지조항과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에 대해서는 각각 헌법불합치 판정과 위헌판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신문시장의 독과점과 집중 방지를 위하여 신문의 복수소유제한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일간신문에 대하여 복수신문 소유를 제한하는 것(제15조3항)은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지 못한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일반기업보다는 강화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제17조)에 대해서는 신문의 다양성 보장을 위한 목적은 정당하지만 구독시장과 광고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합리성과 적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경우, 언론기업의 거대화에 따른 여론독과점 우려가 19세기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정부의 시장 독과점 규제도 언론자유 침해라며 반발해왔다. 결국 미국 연방대법원이 일련의 판례를 통해 정부가 언론기업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제의 범위를 설정해야 했다. 1936년의 Grosjean v. American Press Co.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2만부 이상을 발행하는 신문사에게 총 수입의 2퍼센트를 세금으로 부과한 루이지아나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특정 신문만을 선택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결국 신문의 논조, 기사, 편집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가능성이 있어 언론자유를 위협한다고 보았다. 과세대상인 대형 신문사들은 당시 주지사에게 매우 비판적이었고, 면세대상인 소형신문사들은 대체로 그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연방대법원은 루이지아나의 신문세가 “세금으로 가장한 고의적이고 계산된 장치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공중의 정보 교류를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신문사의 언론자유와 국민의 언론자유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신문사를 속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속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일부언론사들이 시장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경쟁을 방해하고, 미국인들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기도 했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기업집중이 심화되면서, 1890년의 셔먼법(Sherman Act), 1914년의 클레이턴법(Clayton Act) 등 연방정부의 반독점규제가 강화되어, 불법적인 거래, 계약, 연합(trust) 등을 통한 독점이나 독점시도가 규제를 받았다. 반독점법 위반행위에 대해 정부는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고, 정부 혹은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개인은 불법행위를 한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1945년 Associated Press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언론기업의 독과점 행위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언론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반독점위반으로 연방정부에 의해 피소된 AP통신은 미국의 지역신문사들이 조합으로 결성하여 기사를 공유하는  통신사로, 거의 모든 신문사들이 가입하거나 가입을 원하는 당시 미국 최대의 언론사였다. AP통신에 가입해 기사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신문을 발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연방정부는 AP통신의 정관 중 회원가입 조항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AP통신의 정관에 따르면 동일지역에서 발행하는 신문이 여럿인 경우, 먼저 AP통신에 가입한 신문사가 나중에 가입하려는 신문사의 가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
연방대법원은 6-3의 판결로 AP통신에게 패소결정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AP통신의 회원가입 정관 조항이 신문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막고, 자유기업경쟁체제를 저해하려는 것으로 명백하게 반독점법위반이라고 판결했다. AP통신은 연방정부의 반독점법 적용이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은 신문사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기업규제에 따라야한다고 설명했다. 연방대법원은 “신문발행인에게 자신의 기업운영을 규제하는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헌법적 성역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방대법원은 미국인들이 언론자유를 누리려면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와야할 뿐만아니라 기업과 같은 사적집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1조의 보호이익을 일반국민의 권리와 신문발행인의 권리로 구분하고, 두 권리가 서로 충돌할 경우, 일반국민의 언론자유가 신문발행인의 언론자유에 우선해야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업적 규제라 하더라도 신문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신문기업도 일반적 기업 규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반독점법 등을 적용한 정부의 신문기업규제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승인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신문법의 핵심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발행인의 권리보다는 신문의 공적기능을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인 정치적 의사형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문이 가장 중요한 여론형성 매체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 신문은 정기적․지속적으로 같은 독자에게 사실과 의견을 전파함으로써 독자의 의견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론 주도층이나 지식층을 비롯하여 일반대중들도 신문의 보도와 논평을 통하여 정치적 의사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에 기초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한다.”

덧붙여 헌법재판소는 “신문의 자유가 헌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는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신문의 공적 기능과 책임을 위하여 필요한 입법적 규율은 허용된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신문법의 대체입법을 추진한다면, 그 목표는 신문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는 동시에 신문기업의 언론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최적의 규제지점을 찾아내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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