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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도’라는 게 무엇인가요?

1. ‘성년후견제도’란…

정신지체 장애인의 신용카드 대신 발급 6개월 동안 1억 6천여 만 원을 가로채’
‘정신지체 3급 취직 미끼로 주민증 갈취. 19대 전화 개설, 2,700만원 피해’
‘판단력이 미약한 농촌 노인 상대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합의금이나 치료비를 요구하는 사기사건 잇따라’

언론의 사회면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제목들이다. 정신장애인이나 치매노인과 같이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처럼 사기와 같은 재산범죄에 노출되기가 쉬운 것이 현실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장애인이나 치매노인과 같이 정신상의 장애로 판단 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이 거래를 한다던가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같은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에 그에 대해 후견인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던가 후견인이 대리하게 하고 아울러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치료와 요양을 해줌으로써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2.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취지

판단능력이 부족한 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은 뚜렷한 대안 없이 자신들의 사후에 혼자 남겨질 자녀들을 보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부모가 멀쩡하게 살아있을 때에는 그러한 자녀들도 별 걱정없이 살아가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 자녀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판단능력이 부족한 자녀를 두고 있는 모든 부모의 공통적인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유산을 남겨주고 싶은데 다른 비장애인 자녀들이 있더라도 그들도 믿을 수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성년후견제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26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민법상 판단능력이 완전하지 않은 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후견제도로 한정치산․금치산자 제도가 있으나 한정하여 재산을 관리한다던가 아예 재산관리가 금지되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한정치산․금치산 제도는 용어 자체가 거부감을 주고 있고, 차별적인 의미가 강하다.
정신장애자의 경우에 그 장애의 정도가 아주 다양함에도 현행 민법은 일률적으로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만을 인정하고 있어 개개의 사안에서 정신능력 및 보호의 정도에 부합하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실제로도 민법상의 무능력자제도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률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행위능력을 박탈 또는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잔존능력을 활용할 수 없으며, 의무와 권리를 함께 박탈함으로서 자기결정권의 존중과 정상화의 이념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소외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어 실제로 선고 건수가 연간 100 여건에 지나지지 않아 관련 조항들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행 후견인 제도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의 경우에 배우자, 최근친자, 연장자 등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우선적으로 후견인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친족관계에 있더라도 후견인이 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는 자가 우선적으로 후견인이 될 수 있게 되어 부당하다.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법인이 후견인이 될 수 없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상자에 대한 적절한 후견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리고 후견인의 수를 1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피후견인이 단순한 신상개호에서 전문지식을 요하는 경우까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요구에 응할 수 없고, 단지 재산관리 정도에 그치게 되어 피후견인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신상개호를 할 수가 없고, 후견인의 전횡을 막기가 어렵다. 형제나 친척들도 장애인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단 1명’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지적이다.

3. 성년후견제도의 내용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성년후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법제도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구미 각국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지난 2000년 4월부터 성년후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성년후견을 받겠다고 법원에 신청하는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성년후견법의 입법화의 방향을 살펴보면,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가능한 한 대상자의 행위능력을 가급적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행위능력을 일률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함으로 남아있는 잔존능력을 활용 할 수 없으므로 최대한의 잔존능력을 존중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의 두 유형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개개의 사안에서 정신능력의 정도와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탄력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2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독일의 입법례와 같이 대상자의 정신능력의 정도와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법원에서 판단하여 그 보호의 범위를 설정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입법례와 같이 법에서 미리 몇 개의 유형을 나누어 각 유형에 따라 그 보호의 범위를 정해놓는 방안이다. 그중에 후자의 방안이 법원의 부담이 적고, 입법에도 어려움이 적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행법에는 금치산과 한정치산의 청구권자를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또는 검사로 제한하고 있는데 요양시설이나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의 경우에 그 시설의 장 및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그 선고에 대한 신청권을 부여하여야 한다.
또한 후견인이 될 의사나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우선적으로 후견인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후견인은 법원에서 심리하여 가장 적합한 자(예를 들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시설의 담당 사회복지사)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사회복지사협회와 변호사협회에서 후견인교육과정을 개설하여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법원에 의해 후견인 선임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4. 성년후견제 개정운동

일부 국회의원과 민법 개정작업에 참여한 일부 위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무부의 민법개정안에는 ‘성년 후견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단체에서는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성년후견제 도입안을 제출한 이후 성년후견제 연구모임을 결성하여 이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17개의 관련단체들은 최근 ‘성년후견추진연대’를 구성하였다. 성년후견제도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10월 13일 광화문에서 성년후견추진연대 발대식을 시작으로 11월초에 간담회, 12월초에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대국민홍보도 계속적으로 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의 법제화는 치매노인 및 정신관련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당면한 문제이며, 이번 민법개정과정에서 반드시 논의되고 법제화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성년후견제도의 법제화를 위해서 관련단체와 일반 대중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등 관련 직종도 성년후견제도의 법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피해를 입게 될 계층도 없는 만큼 사회의 관심 가운데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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