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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자 – 공익제보자

 

지난 1월말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J 교사가 공감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J 교사는 재직 중인 학교의 재정문제와 인사문제 그리고 교감의 학생에 대한 추행 문제, 그와 관련한 학생퇴학처분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여 학교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당하고, 수업 소홀 등 여러 가지 사유로 파면처분을 받았다.

공익제보자란….
영국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의 위법행위와 동료의 비리를 경계하였던 것에 유래하여 Whistle Blower(내부고발자)라고도 한다. 한 집단의 부정과 비리를 공익을 위해 외부에 고발하여 알리는 내부자를 말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3년 국가별 부패지수(또는 국가청렴도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0점 만점에 4.3점을 받아 조사대상 133개국 가운데 50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2002년의 순위 40위(조사대상 102국)보다 국가별 순위 면에서 10위나 밀린 것이며 지수로도 전년에 비해 0.2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부패 정도는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청렴도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용기 있는 양심을 가진 공익제보자들이 있어 우리 사회를 보다 맑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의 고충
공익제보가 있을 때에 조직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사실무근으로 돌려 제보내용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공익제보자들을 불평불만이 많다거나, 승진에 누락이 되었다거나, 튀어보려고 한다던가 하는 등으로 인격적인 문제를 삼는다.
공익제보의 시초는 조직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사안이 변질되고 개인적인 갈등으로 비추어지기 십상이다.
조직이 공익제보자로 인하여 다른 조직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되어 조직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사례도 숱하게 많다.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는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그들을 명예훼손, 기밀누설, 절도, 협박 등으로 형사고발을 하고, 온갖 사유를 들어 파면을 하는 등 공익제보자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난 1990년 감사원의 재벌 비업무용재산 감사 은폐사실을 폭로하였던 이문옥 전 감사관의 경우에 감사원의 고발로 수사기관에 의해 기밀누설 혐의로 구속이 되었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다시 복직한 바 있었고, 1992년 관권선거를 폭로한 한준수 전 연기군수는 오히려 비리의 주역으로 몰려 그가 고발하였던 자보다 중한 형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부패방지법
부패방지를 위한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실로 제정되었던 부패방지법이 시행된 지 만 3년이 지나고 있다.
부패방지법은 부패행위를 신고한 신고자에 대한 신변보호와 보상이 주된 내용인데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없지 않으나, 많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고 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개정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신고대상이다.
현재는 부패방지법 제2조 제3호에서 부패행위를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와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 · 관리 · 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 정의하여 그 대상을 공직자와 공공기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부패는 공직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사기업이나 사립학교가 더 심할 수 있고, 그 피해 또한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쉬운 예로 대우의 경우에 분식회계가 22조에 이르러 결국 그 손해는 일반 국민들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또한 공익제보 보호대상의 경우에 있어서도 환경문제나 보건문제 등 공익과 관련된 부패행위가 제외되어 있어 쓰레기 만두파동이나 가전제품의 리콜 문제도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의 경우에 지난 1977년 베트남 전쟁에 관한 정부의 음모를 공개하였던 미 국방부의 한 연구원을 지원하기 위해 ‘내부양심선언대회’가 열렸고, 이후 시민들의 힘으로 공익제보자 보호단체인 GAP(Government Accountability Project)가 출범하였다. GAP은 공익제보자가 공익제보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한 경우에 그에 대한 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GAP과 같은 민간단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하여 내부 양심선언자 보호법이 1989년에 제정되었다.
한편 정부와의 계약에 따른 부정을 막기 위해 부정주장법(False Claims Act)이 제정되어 있다.
이 법에는 퀴탬조항(Quitam Clause)이 있어 이 조항에 근거하여 민간인이 미국 정부를 대신하여 정부 계약 과정에 있어서의 부정과 낭비, 남용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여 정부의 세금이 새는 것을 막게 되면 그 금액의 일부를 소송을 제기한 민간인에게 주는 것으로 이러한 소송을 통하여 한 해에만 수십억 달러가 연방정부에 회수된다고 한다.

공익제보는 계속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벌어진 여러 부패행위에 대해 용기 있게 외부에 알렸던 J 교사는 그로 인하여 명예훼손으로 피고소를 당하였고, 그로부터 10개월 뒤에 파면처분을 당하였다. 이로 인하여 많은 소송에 휘말리게 되어 거액의 소송비용을 부담하여야 하였고, 3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 마무리되지 않아 이를 공감 사무실에 가져오셨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지치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J 교사와 같은 공익제보자들이 홀로 외롭게 싸우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앞으로 공익제보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우리 사회는 계속 부패가 만연한 사회로 남게 될 것이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을 행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다시는 그런 보복을 할 수 없도록 불이익을 주어야 하고, 반면 공익제보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신분보장과 보상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반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공익제보자들은 조직의 배신자이고 죽일 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공익제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잘못된 행위를 시정하는 것은 사회에 너무도 필요하고 더욱 권장하여야 한다.
영국의 격언에 ‘커튼 뒤의 할머니를 조심하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감시의 눈길이 있다고 하면 잘못을 저지르기 어렵다. 우리 사회를 좀더 맑고, 건강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그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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