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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생존전략의 하나이다_장유식 변호사

변호사, 좋은 시절은 다 갔다(?)

    요즘 ‘변호사’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대법원장의 세금탈루 의혹에서 불거진 전관예우 관행, 전별금 논란에서 수임계약의 불투명성에 이르기까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변호사들도 할 말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가 만나는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한다. 필자로서는 변호사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과거에 얼마나 좋은 시절이 있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최근 대형로펌과 전관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그 나머지(?) 그룹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외국계 로펌의 진출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변호사들도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제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은 왜 필요한 것일까.

변호사의 공익활동 종사의무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변호사 전체의 ‘공익성’과 관련된 ‘공익활동의무’이다. 기실 변호사는 그 활동 자체가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피의자 ․ 피고인들을 변호하고, 당사자들의 권리실현을 위해 변론을 전개한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고 하고 있고, 제2조는 변호사의 지위를 ‘공공성을 가진 법률전문가’로 규정하고 있다. 누구라도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어(제109조), 변호사들의 권한과 지위는 법률적으로 철저히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변호사들은 여러 가지 의무도 부여받고 있다. 품위유지의무, 회칙준수의무가 있으며, 비밀준수의무가 있다.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이 금지되어 있고, 여러 가지 수임제한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변호사들에게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크고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이같은 법정의무 중 가장 최근에 마련된 것이 바로 ‘공익활동종사의무’(제27조)이다. 2000년 7월 개정된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들은 각 지방변호사회별로 정해진 연간 20시간 내지 30시간의 공익활동을 수행해야 하며,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일정한 기준에 따라 ‘돈’으로 보충하기도 한다.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법률로서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미국의 경우에도 1, 2개 주를 제외하면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임의사항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강력한 공익활동의무규정이 도입된 것은 당시 법조비리 등으로 인한 사회적 여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삭막해지는 변호사업계에 대한 변호사들의 자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지방변호사회는 공익활동의 매뉴얼을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도입된 소액사건전담변호사제 등도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마련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처럼 다른 전문직이 갖고 있지 않은 ‘공익활동의무’를 두어 그 성과를 높였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컨텐츠의 원활한 공급이 요구되고, 특히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공익활동수행변호사를 지정한 후 각 지방변호사회로 파견하여, 공익적 활동을 전담케 하는 등의 획기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전업적 공익변호사의 활약

    변호사 공익활동의 두 번째 차원은 ‘공익변호사’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중심으로 인권변호사들이 어두운 시대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어느 정도 형식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시국사건이 급감한 이후에는 ‘공익변호사’가 등장하였다. 공익변호사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흩어져서 잘 보이지 않는 권리(이를 ‘확산이익’이라 한다)를 찾아주는 역할을 자임하였다. 공익변호사그룹의 대표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에는 5명의 상근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전업적 공익변호사라는 점에서 그 활동력이 막강하다.

    ‘공감’ 이전에도 여러 가지 실험은 계속되어 왔다. 노동단체들은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산하에 노동전문로펌을 만들어 노동사건을 전담하고, 노조나 시민단체 간부들을 위한 법률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환경관련 이슈를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강한 의지를 반영하여 산하에 환경소송을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하였다.

    즉,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소송센터에 2-3명의 환경전문 변호사를 두고, 환경전문로펌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고, 녹색연합도 환경소송센터를 통해 비상근형태로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시국사건 변론의 대표였던 민변도 변신을 모색하여 1999년 8월 산하에 공익소송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설치하고, 공익소송을 민변의 대표상품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들 공익변호사들은 대부분 ‘전업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고, 몇 년 전에 비해 숫자도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그 활동을 제약하는 수많은 장애물과 맞닿아 있다.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세가지 조건

    전업적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돈, 사람, 제도이다.

    첫째, 돈이 필요하다. 변호사들이 전업적으로 공익활동을 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따로 기금을 마련하여 전업적 변호사들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각 변호사회별로 수집된 공익활동기금을 전업변호사들을 위해 투여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대형로펌에서 전업변호사에게 공익활동기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사람이 필요하다. 전업적 공익변호사는 앞으로 크게 매력적인 직역(진출영역)이 될 것이 틀림없지만, 아직까지는 당사자의 일정한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개인의 결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업적 공익변호사에 대한 전문적 교육과 지원체계의 마련이다. 로펌에서 시행하는 안식년제와 유학제도 등이 전업적 공익변호사에게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

    셋째, 제도이다. 이른바, 공익법제라고 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마련되어야만 공익변호사들의 활동이 힘을 받을 수 있고, 확산이익의 실현이 효과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이기도 하고, 직역확대노력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변호사들의 공공성을 확대시키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의 공공성이 확대되어야만 날로 치열해져 가는 시장환경 속에서 변호사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변호사 1만명 시대의 유력한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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