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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미국 변호사의 펠로우 활동기

 
 

소식지에 글을 쓰기로 한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쓰고 싶은 말이 참 많은 것 같으면서도 막상 키보드 위에 손을 얹으면 커서만 깜빡깜빡.
그렇게 하루하루 넘기다 보니, 내일이 마감이라 이제 빼도 박도 못한 채 컴퓨터 앞에 앉긴 했는데, 여전히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공감에서 일한 지 이제 3달.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것이 아마 내가 공감을 3개월간 다니면서 느꼈던 기분인 거 같다. 품질로나 가격으로나 나에겐 과분해서 설령 쉽게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왔더라도, 행여 맞지 않는 장소에 입고 나가 그 옷의 품위를 현격히 떨어뜨려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

남들보다 더 큰 사회의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큰 포부와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왕이면 조금은 “변호사스럽고”, 일을 하면서 나 자신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에서 시작한 나는 나도 모르게 사무실에 들어서면 주눅이 들었던 거 같다.

3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그 동안 변한 것이 있다면, 처음엔 입에 담기조차 낯설고 쑥쓰러웠던 “공익변호사”란 타이틀을 이제는 명함까지 내밀면서 내입으로 소개할 수 있는 뻔뻔함 정도인 것 같다.

여전히 소변호사님과 상담을 하러 센터들을 방문하여 상담할 때 그분들 앞에서면 나의 위치가 참 낯설다. 생사를 걸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의 심정과 처지를 나는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때로는 너무 냉철하게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해답만을 제시해 준 것 같아 돌아서면 찜찜하고, 때로는 그저 공감만 해준 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또 못내 맘에 걸린다.

가끔은 이렇게 일을 하면서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 하는 나의 모습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나마 유일하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이제 3개월을 갓 넘긴 초짜 변호사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간과 경험이 이 맞지 않는 옷에 나의 몸을 조금은 맞추어 줄 것이라는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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