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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자편지 – 박익형 기부자의 “사회인으로 공감하기”

기부자편지

“사회인으로 공감하기”
– 박익형 공감 기부자

몇 천원 차이. 무심코 지하철 정액권을 끊으면서 학생권이 아닌 일반권을 제대로 구입하긴 했지만 금액차이는 무심히 지나갈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내가 받아왔던 학생으로서의 보이지 않던 혜택은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쉽사리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문득 내가 사회인으로서 이제는 나도 사회에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인이라는 단어에는 원래 그런 뜻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인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일년에 자선단체나 모금활동 하는 곳에 몇 만원씩 내거나 일이년에 한번 정도 봉사활동에 얼굴을 내미는 것으로 그런 사회인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요.

작년 회사에서 아름다운가게에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날 행사가 끝난 뒤에도 문득 문득 아름다운가게가 떠올라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에 대해 좀더 알아보았는데, 그 취지나 운영방법이 너무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 점장님께 연락을 드려서 3개월 가량 더 활동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처음 제대로 봉사라는 이름으로 했던 활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가 다소 멀고 고정적으로 시간내기가 곤란한 제 형편에 맞지가 않아 차츰 힘이 들었고 점장님이나 다른 식구분들께는 죄송했지만 대신 다른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위안을 하고 아름다운가게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떤 일을 해볼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도 있을 것 같고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공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던 것이었는데, 다행히 공감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공감과 인연을 맺은 것이 어느 새 8~9개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쌓게 된 경험을 이용할 수도 있었고 “공감”이라는 단어도 왠지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공감분들은 모두 인상이 좋으셨고요. 모든 분들이 선하고 웃음이 많은 그런 인상들이신데 그런 인상은 그냥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니 참으로 좋은 분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처음 공감과 저의 첫만남은 조금 특이했습니다. 창피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공감분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은 주었던 것 같습니다. 일 안시켜주면 아마 제가 쳐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받은 일은 염형국 변호사님께서 주신 일로 장애인과 관련된 법령에 관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받은 일이니 만큼 잘 하고 싶었는데 여느 직장인들처럼 저녁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는 피곤하다고 쉬면서 그런 자료를 모으는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친구들 도움까지 받아서야 늦지 않게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는데 염형국 변호사님뿐만 아니라 다른 공감분들까지 흡족해 하셔서 참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들한테는 그냥 이유없이 술 몇 잔 샀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일거리를 주셨지만 가급적 혼자 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물을 드리지 못해서 기한만 다가오면 왜 그리 부담이 많이 되던지, 처음에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될 줄 알았던 일들이 막상 하려고 보니 적지않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괜한 일욕심을 부려서 공감에 피해만 주게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런 부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저를 찾아주시는 것을 보면 쓸만한 구석은 있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공감에서 받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사회인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회인이 되고자하는 노력의 시작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감에서 저를 찾는 한은 저도 공감과 함께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사실 요 몇 달동안 공감에서 저를 찾지 않습니다. 이럴 때마다 혹시 지난 번 제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은것은 아닌지 아니면, 친구를 시켜서 함께 일 한것이 들킨건 아닌지 가슴을 졸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새로운 일꺼리가 생겨도 시간이 있을까”하는 걱정을 아주 잠깐 해보지만, 그래도 일하는 사람이 일이 없어서야 안될 것 같습니다. 연말에는 여유있는 시간과 함께 새로운 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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