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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기부자이야기] 공감 첫 기부자 김정일님을 만나다

 



     2000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공익변호사기금이 생겼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은 이름뿐이었다. 2002년 10월, 공감은 첫 번째 기부자를 만나게 된다. 공감의 처음을 열어준 제1호 기부자 김정일 님. 공감은 5주년을 맞아 그를 만나서 감사함을 전하고, 공감의 곁을 지켜준 아름다운 마음을 전해 받았다. 그 ‘처음 마음’을 만났다.


 




용기



 


     김정일 님은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정규직이지만 공감을 처음 만났을 때는 8년차 시간강사였다. 하루에도 서울, 천안, 청주 등 서너 곳의 대학에 강의를 나갔다. 빡빡한 생활에 그는 점점 삶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료한 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박원순 변호사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을 알게 됐고, 재단의 여러 가지 활동 중 공익변호사그룹을 발견했다. 다른 이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공감과 공감의 변호사들에게 그는 감동을 받았다.


      


    “서울대 앞 고시촌에서 10년 정도 살았어요. 그들이 사법고시에 붙을 때까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 알고 있죠. 그렇기에 변호사가 되면 편하게 먹고살려는 욕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공감 변호사님들은 다르더군요. 공익을 위해 일하면서도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타협하지 않은 변호사님들의 모습을 보고 용기있는 분들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당시 연봉이 6~7백만 원에 불과했지만, 기꺼이 공익변호사기금에 1만 원을 기부했다. 공감 외에 몇 군데 단체에도 정기기부를 하고 있다. 다른 곳들과 공감이 다른 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공감은 뭔가 달라요. 다른 단체와 다른 점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한 마디로 말해 애정이 넘친다고 할까요? 많은 액수를 기부하지는 못하지만, 1호 기부자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기부는 나를 비추는 거울


  


     그는 기부를 한 마디로 ‘거울’이라 정의 내렸다. 기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약 없는 시간강사 생활에 지쳐갈 즈음 공감과 만났다. 그는 처음 기부를 시작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공감에게 감사했단다.




     “사람이 하루 중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하는 행동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기부를 위해 계좌번호를 입력하던 그 순간, 자유의지를 느꼈어요. 저 스스로의 생각에서 비롯된 능동적인 결정이고, 그 것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이 나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통해 자신의 선한 자유의지를 실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인권과 사회안전망




     김정일 님은 ‘대중의 자발적인 자각 외에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노엄촘스키의 말에 공감했다. 공감의 활동이야말로 대중의 자발적 자각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인권 확대를 위한 국가의 시스템, 즉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공감의 활동이 공적 영역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 우리 사회는 누구나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불안의 상시화’가 팽배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의사와 변호사가 결혼을 해도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혹은 평범한 가정에 가족 중 누군가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에요. 40, 50대에 해고된다 해도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이들이 한강으로 투신하는 일은 없을 거고요”




     그는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안전망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공감이 하고 있기에 기꺼이 응원한단다.


 


 


 



작은 것이 존중받는 사회


   


     김정일 님은 앞으로 공감이 좀 더 작은 부분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공감이 광범위한 인권분야 외에도 작지만 소중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반갑다는 그는, “일상에서의 행정 절차 하나하나가 한 사람, 한 가정의 삶을 뒤바꿀 수 있다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여기가 ‘미국, 유럽의 대학이었다면’이란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정, 인권침해가 될 수 있는 언어 등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 하나하나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느끼는데, 공감이 이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작은 것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꾼다. ‘다수의 편리를 위해 소수를 침묵시키지 않는 것’을 인권이라고 정의하는 김정일 님을 통해, 작은 것이 결코 작지 않음을 배웠다. 공감이 가야 할 길을 만들어 준 첫 기부자. 그를 비롯한 다른 기부자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공감을 일궈냈듯, 공감의 작은 발걸음이 만들어낼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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