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그녀들의 결혼은 위장결혼?

 
그녀들의 결혼은 위장결혼?

새로운 결혼 풍속도 – 국제결혼

국제결혼이 우리 사회의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감에 따라 우리는 종종 국제결혼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접한다. 간혹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자녀를 낳고 정착하여 살아가는 국제결혼 가정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농촌의 나이 많은 총각에게 시집 온 동남아 출신의 이주 여성이 도망간 이야기’, ‘한국인 배우자에게 상습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학대를 당하다 견디지 못해 자살한 이야기’ 등과 같이 국제결혼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보도를 좀더 자주 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적 취득하려고, 돈 벌려고 결혼한 것 아냐?

현재 이주여성지원단체를 통하여 의뢰받은 이주여성의 이혼 사건 3건을 무료 변론중이다.
소송지원과정에서 만난 상대방인 한국인 배우자는 하나같이 그녀들의 결혼이 ‘사기결혼이다, 위장결혼이다’라고 주장한다. 법무부 또한 혼인에 기한 간이귀화 절차나 체류자격 심사의 간이화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대하여 위장결혼을 가려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위장결혼’을 언급한다. 일반인들도 ‘국제 결혼한 외국인 여자’라고 하면 머리 속에 ‘돈 벌려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여자, 곧 도망갈 여자, 국적을 취득하려고 위장 결혼한 여자’ 등과 같이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위장결혼이 뭔데?

좁은 의미의 위장 결혼이란 시민권이나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혼 양 당사자간에 실제 혼인의 의사가 없으면서도 혼인을 하여 법적인 혼인관계를 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의미의 위장결혼은 국적 심사 과정에서 엄밀히 가려내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국제결혼 가정의 부정적인 결말(예컨데, 농촌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이 도망을 갔다거나, 이혼을 했다거나)만을 보고 그녀들의 선택을 위장결혼이라고 일반화하거나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하는 듯하다.

그녀들의 선택- 결혼…그리고 이혼

많은 이주여성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보다 질 높은 삶을 살고자, 즉 보다 나은 사회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고국을 떠나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대한민국으로 기꺼이 이주한다.

그러나 그녀들은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대한민국에 와서 한국인 배우자의 현실이 결혼 전에 들은 정보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또한 한국에서의 체류와 국적 취득을 위해서는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 및 동행 조사, 경제력 등이 필수 조건으로 되어 있는 제도적 환경은 그녀들의 삶을 한국인 배우자에게 종속하게 만들며, 한국인 배우자에게 권력을 부여하여 부부관계에 위계질서를 형성하게 한다.

위계질서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과 무시와 학대 등을 낳는다.
결국 이주여성은 국적을 취득하기도 전에 가정폭력으로, 시가족의 무시와 학대로, 문화적 차이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실존적 욕구로 이혼을 고민하게 된다.

결국 이주여성이 이혼이나 도주를 결심하면 한국인 배우자는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과의 결혼이 위장결혼이라 주장하고 우리는 이에 동조한다.

국제결혼 가정이 깨지는 것은 이주여성만의 잘못?

우리는 국제결혼으로 우리나라에 온 이주 여성들을 한 가족 구성원으로 맞이할 준비나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국제결혼 가정의 성패 여부를 이주 여성의 적응력 문제로만 치환하고 있다. 이주 여성이 그 모든 상황을 감내하고 적응하여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적응하지 못하면 위장결혼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주 여성을 배우자로 맞이하여야 할 사회적 수요와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국제결혼 가정 성패의 책임을 이주 여성에게만 부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지자체의 국제결혼 가정 정착 지원 프로그램 마련,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에 대한 정비와 규제, 한국인 배우자와 가족의 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 국적 취득과정과 체류 과정에서의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종속성 해체 작업들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월간 로로 3월호에 게재된 글을 정리한 글입니다.^^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