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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예견된 하루에 두 번 팔린 신생아 – 소라미 변호사




 


 “하루에  두 번 팔린 신생아” 사건으로 뉴스 지면이 뜨겁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대 동거 남녀가 자신들의 아기를 생후 3일 만에 200만 원을 주고 입양하겠다는 자에게 인계하였고, 이 아이는 다시 30대 주부에게 465만 원에 넘겨졌다. 친생부모는 병원비와 양육비를 감당하지 못할 처지였고, 입양부모는 입양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낳은 아이로 키우고자 했던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허술한 입양 제도 아래에서 ‘신생아 매매’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예견가능한 일이었다. 현행 민법 상 친생부모와 입양하고자 하는 부모 사이에 동의만 있으면 일반 입양은 성립된다. 친생부모가 직접 아동을 보호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상담도 필요 없고, 입양할 부모에 대한 가정조사도 필요 없다. 양 당사자 간의 협의와 입양신고만으로 아이에 대한 일반 입양절차는 완료된다. 일반 입양 과정에서 아동의 복리는 개입될 여지가 없으며 , 그 과정에서 신뢰할만한 국가기관의 개입 또한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이러한 일반입양 제도는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편법으로 주한 미군에게 입양시키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입양은 우리 사회에서 ‘지향’되어야할 것인가, ‘지양’되어야할 것인가?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입양이 선행으로 아름답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입양을 ‘선’한 것, 성숙한 시민의식의 행로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안일한 인식으로 입양인 당사자 모임과 비혼모 활동가들을 만났던 나는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웠다. 입양은 ‘위선’이며, ‘반’ 아동 인권적이라는 것이다. 입양 이전에 애초에 아이가 입양되지 않도록, 출생한 원가정과 사회문화권에서 보호되고 양육될 수 있도록 지원·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 되어야 하며, 이러한 조처가 선행하지 않은 채 제시되고 선택되는 입양은 ‘위선’이며 ‘반’ 아동 인권적이라는 것이다.


 


 보건 복지가족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7년의 경우 전체 입양아동수 2,652명 중 비혼모 자녀가 2,296명으로 입양아동의 약 90%가 비혼모의 자녀라고 한다. 비혼모가 자녀를 포기하는 것은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나 가장 크게는 자녀를 출산하였을 경우 출산비와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현행 법제도의 미비가 주요하게 작동한 결과이다. 비혼 상태에서 홀로 자녀를 출산한다는 두려움과 생계에 대한 막막함으로 입양기관의 문을 두드리면, 입양기관은 입양을 선택하면 출산과 양육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상담을 제공하고 그런 상황에서 비혼모 십중팔구는 입양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입양과  관련하여 민법과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하 ‘입양특례법’)이 입법되어 존재한다. 변화된 현실을 **기 위한 민법 개정은 요원해 보이며, ‘입양특례법’은 전쟁고아들에 대한 해외 입양 절차의 간이화 취지에서 만들어졌던 ‘구 고아 특례법’을 모법으로 하고 있다. 법명에서 드러나듯 특례법은 입양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전쟁직후인 60년대와 사회·문화·경제적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진 지금, ‘고아’를 대상으로 입양을 ‘촉진’하는 입양특례법의 존재 의의는 생명력을 다하였다.


 


 아동의 원가정 보호가 최우선의 정책적 고려 대상이 되도록, 입양절차와 과정에서 아동 인권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아동매매국이라는 오명을 받지 않도록 민법과 입양특례법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은 채 구시대 관행대로 존치되는 입양제도는 ‘위선’의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며 아동매매를 근절시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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