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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강은?





나는 한강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 한강 근처에서 살았다. 88 올림픽 무렵이었다. 강주변의 콘크리트 제방, 시커먼 강물. 나는 본디 한강의 모습이 그런 줄 알았다. 어릴 적부터 아파트에서 살았고, 빈 주차장이 놀이터였던 나에게 콘크리트는 친숙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알기 전 한강, 옛날 한강의 모습을 책 속에서 보게 됐다.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에 대하여 최병성 목사가 쓴『강은 살아있다』라는 책에서였다. 내가 만나기 전 한강,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한강의 모습은 나에겐 충격이었다. 강수욕을 즐기고 있는 서울 시민들. 오늘날의 한강 밖에 모르는 나에겐 너무나 부러운 장면이었다. 운동을 잘했다는 이모가 어린 시절에 한강을 수영해서 왕복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옛날 한강의 모습(사진:서울시수도사업본부)



지금의 한강을 만든 것은 1980년대 초부터 실시된 한강종합개발사업이라고 한다. 2001년 서울시가 발간한 『한강의 어제와 오늘』은 ‘1982년 9월에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과 하상 정비 사업은 자연 하천으로서의 한강의 모습을 앗아갔으며, 생물 서식지를 교란함으로써 한강 생태계를 크게 바꾸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강 개발의 진실은 친환경이 아니라 환경파괴’였고, 지금의 한강은 겉만 말끔하게 정리된, 생태계가 파괴된 한강이었던 것이다. 최병성 목사는 ‘4대강 사업’이 한강의 모래를 준설하고 보를 세운 공사였던 한강종합개발사업과 너무나 닮았다고 경고한다.


 


더 나아가『강은 살아있다』에서 인용하고 있는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글에는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한강의 옛날 모습이 나온다.


 


‘조선이 도읍으로 정한 한양의 남쪽에 흐르는 한강, 특히 송파에서 마포에 이르는 강의 경치는 빼어난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은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는 선유봉과 작은 해금강이라고 불리던 밤섬의 절벽을 구경하며 뱃놀이를 했다.’ ‘굽이굽이 강어귀마다 아름다운 백사장을 낀 섬들이 있었고, 양편의 절벽에는 무수한 정자와 누각이 서 있었다. 그중 풍치가 뛰어난 곳은 한명회가 지은 압구정이었다.’ ‘잠실에서 굽이쳐 내려오는 물줄기를 맞이하던 압구정과 저자도는 1969년 현대건설이 송두리째 파헤쳐서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정병호 교수의 ‘그 섬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한겨레 2010. 1. 7.자 기고글)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97505.html


 


한강의 옛날 모습들을 알고 나니, 더 안타깝다. 불과 반세기 만이다. 인간들의 욕심으로 자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생태계가 파괴된 강이 되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강을 물려줄 것인가 기로에 서있다. 정부는 국민의 대다수가 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반대하였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의 반대를 단순히 ‘홍보부족’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국회에서 이미 수조의 예산이 통과되었다는 이유가 4대강 공사의 강행 이유가 될 순 없다. 대통령 임기 내에 완공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아니라면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이처럼 졸속으로 결정하고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글_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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