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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변의 변] 성소수자 자긍심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향한 행진

 

 



경찰의 금지통고, 소수집단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는 것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이 관할 경찰관서로부터 금지통고를 받았다. 서울과 대구, 두 곳 모두에서 금지되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올해로 16회째, 대구 퀴어문화축제는 2009년부터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행진 금지통고를 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경찰이 밝힌 금지통고 사유는 두 가지다. “중복집회로 후순위로 신고가 되었다”는 것과 “심각한 교통불편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합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첫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가장 먼저 집회신고를 하였다. 거리행진의 경로가 두 곳 이상의 경찰서의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경찰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동성애반대단체’가 남대문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기 전에 서울지방경찰청에 먼저 신고를 접수하였다. 둘째, 주요도로에서 교통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유와 관련해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단서조항에서 예외적으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퀴어문화축제의 거리행진 경로 중 대부분은 일요일에 차 없는 거리인 청계로이다. 따라서 경찰의 금지통고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집시법의 금지통고사유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다.


  경찰이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을 금지통고한 실질적인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고 하자, 보수성향의 개신교단체들은 “퀴어문화축제 결사반대”를 외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대문경찰서에 항의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일부 단체들은 더 나아가 “퀴어문화축제 저지”에 나서겠다며 서울퀴어문화축제 본 행사와 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되었던 6월 13일에 대학로를 포함하여 서울 주요지역에 허위, 가장 집회신고를 하여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혜화경찰서로부터 금지통고를 받고 일시와 장소를 6월 28일 서울광장으로 변경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지난 해 서울과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를 집단적으로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지난 6월 9일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도 대한문과 서울광장에서 개막식을 방해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찬송가를 시끄럽게 틀어놓고, 개막식 참가자들에게 온갖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소수집단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원천봉쇄하기 위하여 허위가장 집회신고를 하고, 소수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방해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경찰이 오히려 일방적인 피해자인 퀴어문화축제에 대하여 “기독교 단체와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들의 거리행진을 금지통고한 것은, 지난 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동성애반대단체’들이 원하던 것이고, 소수집단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부추기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해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장에서 이성적인 토론이나 대화가 불가능하도록 집단적인 위력으로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그 폭력과 불법행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와 경찰의 역할은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는 사람들로부터 모든 국민의 집회, 시위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하는 것이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6월, 성소수자 자긍심,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위한 행진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69년 미국 뉴욕시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경찰의 단속과 체포에 항의하면서 촉발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1970년에 시작하였고,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대만 타이페이, 중국 상하이 등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시가행진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설명. 2013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퀴어퍼레이드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성별 평등이 학교를 좋게 만든다. 차이를 존중하고 동성애자들(동지가 대만에서 동성애자, 성소수자를 뜻함)에게 관심을 갖자” 대만에는 학교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을 차별로부터 구제하고 보호하는 젠더평등법이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 전 세계 각국 정부에게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동성애혐오성 폭력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이제 전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정부가 확고한 입장에 서서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였고, 국제인권침해감시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는 2015년 6월 12일 한국정부와 한국경찰에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 개최를 보장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하였다.


  퀴어문화축제 그리고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성소수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의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학교나 회사, 그리고 가정 내에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365일 중에서 하루 만이라도,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사회의 중심이 되어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진하는 경험은 그래서 성소수자들에게 더욱 각별하다.

사진설명. 2014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진촬영 이한재)

  올해 서울과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와 행진이 안전하게 개최되는지 여부는 성소수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존중, 관용의 정신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소수집단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반대한다면,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모이자.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위한 행진에 동참하자.

*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는 2015년 6월 16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금지통고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에 대한 금지통고는 효력을 잃었으며,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은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법원은 결정이유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정치적 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따라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시작되어 2014년까지 매년 1회 개최되었고, 신청인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퀴어문화축제를 계획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이 계속 유지됨으로 인해 입을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서울행정법원 2015.6.16.자 2015아10859 결정).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도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에 대한 취소와 효력정지신청을 제기하여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부스행사와 행진에 함께 할 예정이며, 6월 19일(금) 공감 월례포럼으로 학교, 회사, 시민사회단체에서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세미나 <퀴어공감생활백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 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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