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공변의 변] 사람, 그리고 관계와 인식에 관한 짧은 생각




 


1. 공감에서 일해 온 지 10년째 접어들고 있다. 공감에서 일하면서 여러 소수자 영역에서 공익소송, 제도개선과 연구조사, 법률교육 등의 다양한 법률지원을 하면서 법을 도구로 하여 공익과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며 소수자·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기’를 통하여 ‘희망을 그리는 길’을 ‘함께’ 걸어왔다. 이처럼 개별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도 보람이었고, 입법 제·개정을 통하여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공감이라는 공간에서 10년 동안 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 ‘사람’은 나와 같은 공간에서 일해 온 사무실 동료이기도 하고, 함께 활동해온 활동가와 교수, 법조인들이기도 하고, 공감이 법률지원을 해서 인권을 보장하려고 한 사회적 약자·소수자이기도 하며, 자원활동을 하기 위해 공감을 찾아준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이기도 하다. 그들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배우고, 또 느꼈다. 또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고, 기뻐하며 연대하고 나누었다. 인권과 정의, 복지와 공익이라는 대의를 품고 공감을 찾아들어 왔지만, 나를 이곳에 머물도록 한 건 그러한 거창한 대의가 아닌 나와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실은 따지고 보면 거창한 대의도 그 출발과 종착점은 ‘사람’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2. 근래 들어 ‘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일생은 따지고 보면 무수한 관계들이 연쇄적으로 고리를 맺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도 모두 그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혼자 기쁘고 즐거울 수 있을까? 슬픔과 분노의 원인은 모두 ‘관계’가 잘못되거나 틀어져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사람은 ‘관계’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이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살더라도 사람이 아닌 자연과 관계를 맺어야만 삶이 가능하다. 이처럼 관계가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갈수록 관계의 중요성을 애써 무시하려 하는 듯하다. 학교생활에서는 교우관계보다는 성적이 우선시되고(최근 유명 사교육 업체에선,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라는 지하철 광고를 내면서 학생들에게 우정과 성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기업에선 사람이 아닌 노동력으로 파악한다. 노동가치를 다한 사람은 물품 재고 정리하듯이 가차 없이 정리되고, 노동력이 없다고 판단된 노인과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대량 정리해고로 멀쩡한 가정을 파탄시키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이윤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3. 새롭게 출범한 현 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표방하고 나섰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할 목표가 행복이라는 점에서 좋은 슬로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러한 행복은 결국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남들을 밟고선 자리에서는 결코 행복이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배제한 자본은 오히려 행복과 정반대의 자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중요성을 애써 무시한 채 성적과 자본을 향해 쫓아가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장하는 ‘돈이 근본이라는 사고틀’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資本主義)의 뜻이기도 하다), 그러한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삶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관계보다 경쟁을 우선시하는 현 교육정책과 사람을 배제하고 노동력의 관점만이 존재하는 노동정책은 근본부터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놀이와 자원활동, 상호토론과 대화시간 등을 통해 다른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법 그리고 타인과 올바르게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계에 대한 배움의 과정을 통해서만 돈이 최우선의 가치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인 행복이라는 가치에 보다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글_ 염형국 변호사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