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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 – 강남역 살인사건, 정신질환자 행정입원조치가 대책?

 

 

 

 “만약에 누군가가 미쳤다면, 나라 안에서는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 각각의 친척들이 제 가정에서 이들을 보호하게 할 것입니다.

그들이 무슨 방법을 써서든 말입니다.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벌금을 물게 할 것입니다.”  
– 플라톤. <법률> 중에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사건, 해결책은 강제 행정입원? 

2400여년 전 플라톤은 도시국가의 안전을 위해 정신질환자를 가정 내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10여 일이 지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서둘러 결론 내렸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5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같은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정신질환자 위험도를 구분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일선 경찰에 배포하고, 필요시 정신질환자를 적극적으로 행정입원조치하며 정기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광기의 역사>를 저술한 미쉘 푸코에 의하면, 근대사회는 ‘이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생각하는 나’라고 하는 근대적 이성(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유명한 명제)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근대적 이성은 ‘자연적 질서에 대한 과학적 접근’, ‘정치적 주체로서의 자기결정’, ‘경제적 행위에서의 자유’를 추구한다. 이러한 근대적 이성의 탄생은 그 안으로 포섭될 수 없는 존재들에게 ‘타자’의 자리를 부여하였다.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타자들의 자리는 항상 ‘외부’였고, 이 외부를 설정함으로써 사회의 내부에 들어간 자들은 더욱 강력하게 결속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질환자들은 늘 ‘타자’로서 ‘외부’에 존재하였다.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경찰은 왕왕 사건을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일부 비정상적인 정신질환자들의 ‘병적인 행위’로 치부하였다. 강력범죄가 발생하였을 때에 그 문제를 축소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범죄를 정신질환자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강력범죄는 ‘평범한 일반인’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잡아 가두면 사회의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주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불안과 낙인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었고, 결국 정신질환자가 사회 안에서 발디딜 틈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현재 전국의 정신병원 및 치료·재활시설에 입원 중인 환자는 무려 8만여 명에 이른다. 2012년 기준 교도소 수용인원이 4만5천여 명인 것에 비추어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정신의료시설에 수용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부적응한 자들에 대한 배제 작동기제가 넘치게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편견과 다르게 공식통계만 보더라도 실제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낮은 편이고, 급성기 때의 적절한 치료와 질환 유지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가능하다고 한다. 정신질환을 실험실에서 확인하는 검사법은 아직 없고, 비정상 혹은 정신질환에 대비되는 정상은 정의될 수 없으며,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즉, 강남역 살인사건에 관한 정신질환자를 적극적으로 행정입원 조치시키고, 공용화장실을 개선한다는 경찰과 정부의 범죄예방대책은 결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청년실업과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여성혐오 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및 차별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질병의 문제로 과도하게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사안의 해결은 사회에 만연된 여성혐오범죄·소수자 혐오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처벌하는 것이어야 하고, 근본적으로 청년실업과 빈부격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재벌·부유층 중심의 경제체제·조세체계를 개편하는 것이어야 한다.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편견과 낙인으로 배제되어 온 정신질환자들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1% 승자독식의 사회, 금수저의 사회가 되었다. 사회적 재화 배분에서 소외된 99%는 분노에 가득차 그 분노를 퍼부을 대상을 찾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 막연한 공포가 널리 퍼져있다. 많은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정신질환자를 희생양 삼아서 다수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는데 이들로 인해 사회가 불안해졌으므로 사회에서 격리를 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마음껏 분노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분노는 승자독식의 금수저들만의 사회구조에 기인한 것이지 정신질환자들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 절대다수의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어왔다.  

 

 

우리가 정말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1% 승자독식의 금수저들만의 사회를 바꿔야 한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99%에 속한 우리는 모두가 약자이다. 서로의 약함을 들여다 보고 약하기 때문에 서로 연대하고 함께하여야 한다. 5월 17일 강남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살인사건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 

 

 

p.s. 플라톤은 지혜와 용기·절제의 덕을 조화롭게 갖춘 정의로운 아테네 남성들만의 사회가 이상사회라고 주장하였으며, 여성, 노예, 정신질환자, 외국인 등이 배제된 이상국가를 이야기하였다. 

 

글_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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