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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포커스] 무관심과 무정책 속에 방치되는 성소수자 학생들

 

 

국민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인 학교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관행이 강요되는 곳이다. 학교는 학생을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하고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하고자 한다. 학생은 남학교 또는 여학교로 배정되고, 이분법적 성별에 따라 머리 길이와 의복의 규제를 받고, 이분법적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행동 규율의 적용을 받는다. 학교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무성적이기를 기대하며, 이성애자로서 가족을 구성하고 다음 세대를 출산, 양육할 예비 인구로서 성교육한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성적 존재인 우리들은 평생 자신의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과 끊임없이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본래 그러하다’고 승인된 관행과 갈등을 겪는다. 본질적인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간주되는 한, 그 이외의 것은 쉽게 배척된다. 이성애자인 남학생, 이성애자인 여학생을 전제로 구성된 학교는 그 외부를 수용하기 어려워한다. 외부는 조롱당하고 비정상으로 호명되며, 더 나아가 비난받고 차별을 받는다.

 

이분법적인 남성과 여성, 이성애자만이 정상성의 범주로 수용되는 사회 내의, 엄격한 규율

이 작동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이 무수히 많은 어려움에 처할 것임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차별의 현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하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만 13~18세 성소수자 청소년 200명과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학교 내 차별 실태 조사를 시행하였다.

 

 

“나는 무서워서 알리지 않고 조용히 숨기고 지내지만 어쩌다가 들켜버린 아이들이 학교에서 매장당하고 꿈을 잃고 가족에게 쫓겨나고 하는 사례는 정말 많이 본다. 나에겐 남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 너무 슬프다.” (여성, 레즈비언, 18세)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커밍아웃을 하더라도 범위는 좁은 편이다. 성소수자임이 드러날 경우 직면할 수 있는 위험 때문이다. 응답자 중 92.0%는 성소수자임이 드러나면 차별이나 괴롭힘을 당할까봐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숨긴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학내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표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학내의 시선을 보면, 성소수자임을 숨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알 수 있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상당히 만연해 있어서, 성소수자 청소년 응답자의 92.0%는 다른 학생으로부터, 80.0%는 교사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교사나 다른 학생에게서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적 혐오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단 4명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다니다 보면 애들끼리 장난으로 하는 말들을 듣게 된다. 레즈 아냐? 더러워. 나한테 하는 게 아닌 걸 아는데도 정말 상처받는다.” (여성, 레즈비언, 18세)

 

하지만 혐오표현을 듣더라도 직접 항의하거나(28.5%) 기분이 나쁘다는 표시를 하기보다는(44.5%) 못들은 척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택하거나(58.0%) 더 나아가서 동의하는 척하기도 한다.(33.0%) 항의하지 않는 것이 굳이 대응할 만한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일 때도 있지만, 항의했다가 자신이 성소수자임이 드러날까봐(77.0%) 참는 경우가 많고, 보복이 두려워서(12.0%) 대응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스스로 성적 소수자임이 행복하지만 떳떳하지 못해 숨기는 것이 매우 모순입니다만 현재 학생이란 지위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강세인, 아이들의 여론에 휩쓸려 누구보다 포비아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여성, 양성애자, 18세)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이 그 자체로서 욕설로 사용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만연한 문화에서는, 성소수자임을 숨기는 것이 생존 전략 중 하나가 된다. 일반적 혐오표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성소수자인 또는 성소수자처럼 보이는 학생을 직접 겨냥한 차별이나 괴롭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욕을 당하거나 비난을 받는 등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다른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경험한 사례는 54.0%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었다. 교사로부터의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20.0%였다.

 

 

모욕, 따돌림, 아웃팅…. 성소수자 학생의 일상적 경험

<표>는 응답자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별에 맞지 않는 외모나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또는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괴롭힘 피해를 경험한 비율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피해 경험은 모욕적인 말이었으며, 다른 학생에 의해 아웃팅당하거나(24.5%) 아웃팅 위협을 받거나(13.0%),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따돌림을 경험하는 사례(각 17.0%, 14.5%)도 나타났다. 더 나아가 다른 학생에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희롱, 성폭력을 경험한 경우가 10.0%였고,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도 4.5%의 응답자가 보고하였다.

 

<표> 성소수자 학생의 괴롭힘 피해 경험

 

괴롭힘 경험은 등록된 성별과 외관상 성별이 일치하지 않거나 트랜스젠더인 경우 더 많이 발생하였다. 성소수자 학생이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로 평가될 경우, 63.9%가 놀리거나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험이 있고, 36.1%가 아웃팅을 당하였으며, 27.8%가 아웃팅의 위협을 받았다. 트랜스젠더는 더 열악하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은 비트랜스젠더인 성소수자의 경우 3.6%인데, 트랜스젠더는 20.0%로 약 5.6배에 달한다. 따돌림 경험도 트랜스젠더가 비트랜스젠더 성소수자에 비하여 약 3배 정도 더 높았다.

 

 

차별, 괴롭힘 경험자 중 19.4%가 자살 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괴롭힘은 스트레스(80.6%), 우울증(58.1%), 친구와 사이가 멀어짐(52.7%), 학습 의욕 저하(46.2%) 등으로 이어진다. 차별이나 괴롭힘으로 인하여 자살을 시도하거나(19.4%) 자해를 하는(16.1%) 사례도 무시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 또한 결석(11.8%), 진학 포기(6.5%), 자퇴(4.3%), 전학(3.2%)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차별과 괴롭힘이 성소수자를 학교에서 배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자해나 자살 시도 경험자들은 특히 일반적 혐오표현이나 괴롭힘 경험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학교 내에서 학생이 다른 학생이나 교사로부터 괴롭힘을 경험할 경우, 교사는 당연히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경험하는 문제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설문에 응답한 교사 중 58.0%는 재직 중인 학교에 성소수자로 생각되는 학생이 없었다고 답하였고, 성소수자여서 혹은 성소수자처럼 보여서 차별이나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없었다는 응답은 66.0%였다.

 

교사가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 또는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을 알지 못하는 것은 학생이 상담이나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 문제를 교사에게 보고하고 상담할 것을 기대할 수 있으려면, 학교와 교사가 학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사는 적절한 보호망이 되어 주지 않는다.

 

 

보호망이 될 수 없는 학교와 교사

상담에 대한 교사들의 태도를 보면, 학생이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상담해올 경우, 학생의 성정체성을 존중하고 지지하겠다는 응답을 한 교사는 51.0%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였던 데 비하여, 아직 어려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득하겠다는 응답이 29.0%로 적지 않았고, 다른 학생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주의를 시키겠다는 응답도 9.0%로 나타났다.

 

또한, 교사 응답자의 7.0%는 상담을 한 후 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자에게 알릴 것이라고 답하여, ‘상담했다가 아웃팅 당할지도 모른다’는 학생들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마저 엿보였다. 성정체성 관련 상담 태도는 응답자의 성역할 고정관념과도 관련이 있었는데,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더 많이 동조하는 교사일수록, 학생의 성정체성을 존중하고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더 적었다.

 

 

‘이반검열’, 징계, 성별정체성 무시…. 차별적인 정책과 관행들

심지어는 학교가 성소수자를 적극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 응답자 중 5.1%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교사로부터 학교 내의 활동들을 포기하라는 강요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4.5%가 동성애자의 이름을 적어 내도록 하는 소위 ‘이반검열’의 경험을 한 적이 있었고, 전체 청소년 응답자 중 4명은 동성 간 교제를 이유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남자답지 못하다’ 또는 ‘여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7명 있었다.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매사에 이분법적 성별에 따라 학생을 구분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성별로 대우받지 못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일례로 트랜스젠더 중 53.3%는 원하는 성별에 맞지 않는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적어도 이번 설문에 응답한 100명의 교사 중에는, 현재 재직 중인 학교에 성소수자 학생의 차별을 금지하거나 인권을 보호하는 명시적인 정책을 두고 있는 사례가 전혀 없었다.

 

 

청소년 및 교사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내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은 무엇보다도 무관심과 무정책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차별적인 정책을 두고 있는 몇몇 학교도 있지만, 더 많은 차별과 괴롭힘은 오히려 관행과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교사들은 학교에 성소수자 학생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더라도 특수하거나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간주하며,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사들의 인식 제고 기회도 잘 마련되지 않는데, 교사가 된 후 성소수자 인권이나 평등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1.0%로 매우 적다. 상담교사나 보건교사 집단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응답자 중 상담교사 및 보건교사의 66.7%가 관련 교육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교육 경험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인식의 변화가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는 훨씬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나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관행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차별이라는 인식조차 없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괴롭힘을 예방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자각도 부재하다. 그래서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적인 혐오는 성소수자인 혹은 성소수자처럼 보이는 학생에게로 쉽게 전환되고, 피해는 피해자의 개인적 책임으로 돌아가며, 성소수자 학생은 차별이나 괴롭힘의 위험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성소수자는 다시 학교 내에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 된다.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행, 협박, 모욕, 강요,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등등의 행위들을 학교폭력으로 정의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였다. 성소수자 학생 또한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라면,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학교폭력의 중단을 위한 노력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글_김정혜 (성신여자대학교 강사, 전 공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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