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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통신]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석기 씨! 대한민국 국회에 당신의 자리는 없습니다 – 김덕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경주지역 새누리당 예비후보 김석기 씨!

대한민국 국회에 당신의 자리는 없습니다.

 

벌써 7년이 훌쩍 지나버린 2009년 1월 20일, 그 차갑고 무섭던 새벽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아침부터 휴대전화에는 여러 통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지요.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농성하던 중,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큰 불가 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몇 명이 죽었는지, 누가 어디로 잡혀갔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정오 무렵 용산에 급히 모인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열었고 바로 옆 철도회관에 모여 긴급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단체들과 개인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언론도 경찰의 무리한 과잉진압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누가 봐도 경찰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라고 해도 이렇게 명백한 사실들 앞에서는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금세 정부와 경찰이 수습을 위해 사과하고 보상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각 분야 내로라하는 단체들에서 쟁쟁한 인물들이 다 모여 한목소리를 냈으니, 저 정도 실무자는 그냥 지켜보며 할 일을 기다리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특별히 업무지시 같은 것을 하지 않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 변호사도 전화를 해 와서는 지금 용산에 큰일이 났는데 가보았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이미 와 있다고 답했고 이사장은 중요한 일이니 잘 도우라고 거듭 당부를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제가 1년이 넘게 희생자들의 시신이 모셔져 있는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과 용산 남일당 참사현장을 오가며 살게 될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 했고, 지금까지도 용산참사에서 파생된 수많은 일들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저는 유가족 지원과 사무를 담당했고 대정부 협상대표를 맡았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아직 이행되지 못한 합의사항들 때문에 서울시를 만나 협의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족들과 철거민들을 수시로 만나고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호들갑을 떨며 난감한 과제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는 당사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용산참사는 제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데 김석기 씨, 당신에게도 용산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모양입니다. 7년의 세월이 지났고, 그동안 당신은 주 오사카 한국 총영사를 역임했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에서 탈락하여 무소속으로 경주에 출마하여 낙선을 했었지요. 그리고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한국 땅에 있는 14개의 모든 공항을 관장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되어 박근혜 정부의 유력한 친박인사가 되셨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이 다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임기도 8개월이나 남은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서자, 세상은 아직도 당신을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당신께도 용산참사는 참으로 잊혀지지 않는 일이겠습니다.

 

김석기 씨, 당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요. 대한민국 경찰총수로 막 내정되어 이제 그 문턱을 넘으려는 찰나에 경찰복을 벗게 되었으니 억울한 마음도 있을 겁니다. 물론 당신이 일부러 철거민들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 한 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에서 경찰청장으로 내정되고 나니, 경찰에 입문하고 꿈에 그리던 경찰청장 계급장이 눈앞에 아른거리게 되니, 서울 도심에서 건물 옥상에 망루 짓고 올라간 골칫거리 철거민 몇 명쯤은 서둘러 치워서 대통령께 확실히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겠지요.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긴데, 그 속마음을 이해하려고 마음먹으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왜 하필이면 지금 망루를 지었나, 경찰청장 취임식이라도 좀 하고 나서 망루가 지어졌으면 후임 서울경찰청장이 책임지면 될 일인데, 왜 하필 내가 경찰청장에 내정된 직후에 망루를 지었을까, 철거민들 원망도 분명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석기 씨, 당신은 여전히 살아 있잖아요. 호구지책으로 하던 장사나 계속해 보겠다고, 어떻게든 이 치열한 삶의 전쟁터에서 낙오되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그 추운 날 망루를 짓고 올라간 철거민 다섯 명과 느닷없는 명령에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 헬리콥터에 매달린 채 하늘을 날아 망루 옆 옥상에 내려진 한명의 경찰특공대원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석기 씨, 당신이 서명한 진압계획서에 따라, 헬리콥터에 컨테이너 박스를 매달아 경찰들을 투입하고 용역직원들과 경찰이 뒤섞여 문을 부수고 물대포를 쏘는 무리한 작전을 강행하지만 않았다면, 아마 그 여섯 명은 여전히 이 세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애써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마 김석기 씨 당신도 무사히 경찰청장에 임명되어 임기를 마치고 영광스러운 경찰의 선배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떨어지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낙선하는 수모도 겪지 않은 채, 목과 어깨 힘주고 욕먹을 일도 별로 없이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 무리한 진압이 없었다면 우리도 좋고 당신도 좋았을 거라고 당신도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2009년 1월 20일 새벽, 그 참담한 공권력의 오만함만 없었다면 저도 밤기차를 타고 경주에 내려가 당신의 국회의원 출마 포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준비를 하는 일은 없어도 되지 않았겠습니까.


김석기 씨, 당신은 2009년 용산참사 당시에는 무전기를 꺼놓은 채 진압작전을 지휘하지도 않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김석기 씨 당신이 직접 서명한 진압지휘 계획서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셨던 것을 기억하시겠지요. 그때는 이미 경찰복을 벗으신 후라서 답하지 않겠다는 당신께 답을 들을 방법이 우리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주시민들께 보낸 당신의 문자 메시지를 보니, 당신이 당시 경찰총수로서 혼자 책임지고 사퇴했다고 하셨다지요. 용산참사 당시에는 무전기를 꺼 놓은 무책임한 경찰총수셨는데, 7년 만에 모든 것을 책임진 경찰총수가 되셨습니다.


저는 앞서 당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우리는 당신보고 죽으라 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을 고발했었지만,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검찰이 당신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하니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조용히는 살아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섯 명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이미 찢긴 유족들 가슴에 한번 더 비수를 꽂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용산참사 희생자들이 묻혀있는 마석 모란 공원 추도식에는 한 번도 안 오셨으면서도, 서울 한복판 최고급 호텔에서 열린 아키히토 일본 왕의 생일파티에는 가시는 분이 국회의원까지 하시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과욕이지 않겠습니까.   

 

 

김석기 씨, 당신도 사람이라면 그냥 남은 세월 미안한 마음, 속죄하는 마음, 담담하게 짊어지고 생의 마지막 날까지 세상에 좋은 일 하면서 기도하는 것처럼 사는 것이 마땅한 일 아니겠습니까. 김석기 씨, 지금이라도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경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경주 시민들께도 못할 짓이 되고 맙니다. 김석기 씨, 제발 사람의 도리를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석기 씨, 당신도 우리도 이제 좀 마음 편히 사람답게 삽시다. 김석기 씨, 당신을 잡겠다고 무소속으로 경주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 사회 대표적 노동인권변호사 권영국 예비후보의 외침을 잘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용산참사진상조사단의 핵심인사였고, 철거민들의 변호사였던 권영국 예비후보의 목소리 사이사이에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을 겁니다. 제 목소리도 가끔 들릴 테니 귀 기울여 보세요. 대한민국 국회에 김석기 씨, 당신의 자리는 없습니다.


글 _ 김덕진(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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