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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달려가다 –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건강한 미디어 운동을 위하여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건강한 미디어 운동을 위하여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이주노동자가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곳, 작지만 큰 움직임을 품은 이주노동자 방송국으로 공감이 달려가 보았다.


신설동역 근처, 작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겉보기엔 오래된 듯 한 건물 속에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을 꿈꾸는 이주노동자 방송국이 자리잡고 있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방송국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여름 햇살과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2005년 개국한 이래 전 세계 이주민의 국경 없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일념 하에 서른 명 남짓 한 자원 봉사자들과 상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 사회와 현안을 전달해 주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그들의 시각에서 전달하는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한국어 뿐 아니라 네팔어, 베트남어 등 우리나라 주류 미디어에선 다루지 않는 언어를 통해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전달해 주고 있다. 각 사이트 별로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편집장들을 주축으로 하여, 한국의 기사들을 번역한 후 각 언어별 사이트에 등록하는 작업과 함께 직접 취재를 한 내용을 올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촛불 집회 현장에 직접 나가 네팔어로 한국 촛불집회 현장의 소식을 전달했던 네팔어 사이트 편집장의 경우에는 10년간 네팔에서 직접 기자로, 편집장으로 일했던 잔뼈가 굵은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주류 언론이나 한국 내 네티즌들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온라인 미디어는 아니지만, 이주노동자 방송국 사람들은 하나하나 올바른 방향의 미디어 운동을 위한 단계들을 밟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시민 미디어의 방향이 강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저널리즘적 성격을 더욱 강화해 이주민 저널리즘적인 보도를 하겠다는 박경주 편집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움직이는 ‘살아있는’ 미디어다. 이러한 방향에 근간하여, 취재 내용 역시 노동 문제 혹은 한국 내에서의 차별에 대한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나 경제, 사회, 문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방향으로 취재 방향을 확장시켜 가고 있으며, 미디어 교육을 통한 시민기자 선별 과정을 거쳐서 진정한 온라인 정보운동을 기획해 나가고 있다.


 


 


 이주노동자 방송국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은가 라는 질문에 박경주 편집장은 “네팔어 사이트의 경우는 방문자가 한국 사이트 보다 훨씬 높아요. 심지어 두바이에서 접속하는 사람도 있죠. 접속자가 다국적이고, 경계를 넘어서도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그들의 작지만 무게감 있는 결실들에 대해 긍정적인 해답들을 내어 놓았다. 이주민은 증가하는데 그 사회에서 중도적 권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정보 소통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이주노동자를 위한 미디어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이주민 사회에 올바른 정보를 소통시키는 힘의 균형점 역할을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신념과 곧은 방향성이 작지만 큰 움직임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언제나 긍정적인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이트를 둘러보면 무작정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에 기반한 몰상식한 댓글들 역시 종종 눈에 띄고, 취재 과정에 있어서도 단속반 등과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정식 언론으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출입국에서 이주노동자 방송국을 불법 방송으로 신고하는 어이없는 일도 일어났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가지는 이주민 사회에 대한 편견이 과연 어느 정도에 이르는가 하는 것을 이주노동자 방송국이 겪어가고 있는 고충에서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많은 암초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는 뉴스 사이트와 더불어 커뮤니티도 강화시키고, 동화책 출판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문화예술 치료 사업 역시도 진행해 가겠다고 하는 편집장의 말에서 취재를 하는 우리는 이주노동자 방송국에 대한 왠지 모를 ‘기대’를 가슴속에 심을 수 있었다.


 


 



 


취재하는 중에 가장 바쁘고 활기차게 녹음을 진행하고 있던 태국어 편집장 ‘줄리아’씨를 만나, 우리는 직접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활동하는 이주민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줄리아씨는 노동 협력원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나 문화, 안전, 노동법 등의 내용을 가르치는 일 뿐 아니라, 의정부 외국인 상담소에서 태국어 상담을 하는 등 한국에서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그녀는 태국어 사이트를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고 들려주는 DJ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의 방송 분량을 통해 그녀는 태국어로 태국 근로자들의 피해 사례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한국의 뉴스를 태국어로 전달해 주기도 하며, 고향을 그리워 할 그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하는 태국 음악도 함께 전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사연에 대해 묻자, 그녀는 근로자들이 보내주는 편지의 대부분이 상담이라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임금이나 퇴직금 등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상담까지 다양한 사연들을 전해주고, 이에 대해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답변해 주고 있다고 했다. 태국 근로자의 경우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할 일이 많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서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있었고, 우리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더욱 노력해야 하는지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팬들이 태국어로 글을 남기거나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며, 그녀는 자신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고 했다.


 


 


2005년 5월경 방송국 개국 시절부터 함께해서 지금까지 방송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 태국 라디오 방송 사이트에 들어가 들어보며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배우는 등 언제나 더욱 나은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그녀의 욕심은 점점 늘어나는 태국 근로자와의 더욱 생생한 소통과정을 가질 수 있는 생방송 태국어 라디오 방송국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서는 태국어 사이트가 점점 활성화 되고, 주류 미디어인 TV에서도 우리나라에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TV 채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줄리아씨는 언어 소통의 문제가 가장 크다며 무조건 한국어를 더욱 많이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함께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제대로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을뿐더러 욕설을 가르치는 등 부정적인 행동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 역시 한국의 바른 말을 가르쳐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주가 교육이나 근로자 선발 과정을 위임해 버릴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교육에도 참가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장님과 근로자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사업주 교육 강화와 함께 바뀌는 법안에 대한 발빠른 이해와 전달 역시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방송을 통해서 이러한 정보 전달에 더욱 힘쓸 것 이라는 다짐도 내비쳤다.


 


 


한국에서 힘들어하는 태국인들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줄리아씨가 있기에, 권리를 침해받고 부당한 처우만을 강요받는 한국의 어두운 현실이 조금씩은 밝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주노동자 방송국 취재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미디어가 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러한 우리의 고민과 이주노동자 방송국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노력, 열정이 더해져 이주노동자들을 보는 어두운 시선들이 조금씩 걷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슴에 가득 담은채로,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모든 이들에게 국경을 넘는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진정한 미디어가 되기를 바란다. 이주노동자 방송국 화이팅!


 


 


취재: 7기인턴 이혜원, 이우람


글: 7기인턴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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