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천재(?)가 실패하는 것은 바보들의 동맹때문인가!



 


사실, 서평 쓰기에는 글 솜씨나, 안목이나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그래서 이 글을 서평이라기보다 책소개글 정도로 봐주었으면 한다.


 


풀리처 상을 탄 소설이다(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지라 서점에 가면 주로 상 탄 소설 위주로 집어 들게 된다). 국어로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듯하다. 특이한 점은, 작가가 책을 써놓기만 하고 삼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자살하는 바람에, 유품 속에서 원고를 발견한 어머니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이 영원히 묻힐 뻔했다는 점이다. 배경은 1960년대(추정. 작가는 그 때 즈음 사망하였다) 뉴올리언스이고, 제목은 “A Confederacy of Dunces(바보들의 동맹)”이다.


 


책의 맨 앞부분에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의 말을 인용한 문구가 있다. “진정한 천재가 세상에 나타날 때에는 그를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은 다음과 같다. 그것은 모든 바보들이 그에 대항하여 동맹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정도만을 놓고 본다면 천재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이 주인공 때문에 고생하는 걸 생각하면 밉다기보다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과 그의 몸)은 온 힘으로 사회를 거부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심각하게 비호감이다. 심지어 하는 짓마다 비호감이다. 그래서 처음에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손발의 오그라듦 때문에 약간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은 고등교육을 마치고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긴 보험금으로 대학원까지 수료한 후 서른이 넘어서도 취직하길 거부(?)하다가 아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평생 고생한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사회에 진출한다. 그러나 착실하게 돈 버는 것은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주인공만큼이나 이상한) 여동창생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게 된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첫 일터인 바지공장의 흑인 근로자들을 선동하여 경영진을 축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동성애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어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분명 높은 지성의 소유자임에도 어떤 사정에 의하여 누드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가여운 여성을 구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프로젝트는 모두 실패로 끝난다.


 


주인공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가 시대를 잘못 태어났기 때문인지, 주변 바보들이 동맹을 맺었기 때문인지, 프로젝트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비호감이기 때문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겨진 듯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소설의 흐름에 한번 빠져 들고 나면 너무 웃겨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글_ 박영아 변호사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