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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저 사람들은 친절해야 돼, 그게 저 사람들 직업이니까”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차장 입구에 선 산뜻한 제복 차림의 안내원은 높은 옥타브 목소리로 깍듯한 인사를 건넨다. 비행기나 KTX 기차에 오를 때면 승무원들은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를 하며 환대한다. 각종 콜센터의 안내원들 목소리는 상냥함이 차고 넘친다. 없어도 상관없는 서비스라 생각했고, 넘쳐나는 친절에 거북스럽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스러워져 가고, 그래서 당연한 친절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불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감정노동』에서 앨리 러셀 혹실드는 자본의 이익 창출을 위해 노동자의 감정이 어떻게 동원되고 통제되는지에 대하여 항공산업 내 여성 승무원들의 감정노동을 연구 분석하여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면 델타 항공은 모든 승무원 연수생들에게 비행기 객실이 집인 것처럼 행동하라고, 승객을 마치 “우리 집 거실에 앉아 있는 개인적인 손님”인 것처럼 생각하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이를 훅실드는 사적 친절의 기억을 공적 영역으로 불러들여 돈을 벌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항공사는 승무원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며 화를 자제하는 방법을 매뉴얼화해 연수시켰다고 한다.


 


얼마 전 김치냉장고 수리를 위해 방문한 AS 기사는 시종일관 친절하게 불편사항을 처리해주었고, 심지어 자사제품의 다른 제품은 문제가 없는지 물어 요구하지 않은 다른 제품까지도 돌봐주는 성의를 보였다. 돌아가는 문 앞에서 서비스 기사는 허리 굽혀 인사를 하며 본사의 서비스 만족도 확인 전화에 높은 점수를 매겨줄 것을 부탁한다. 저자는 농부가 말이 앞만 보도록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처럼 자본주의는 감정 관리를 사용할 방법을 찾았고, 그 감정노동을 경쟁과 연결 짓고, 실제적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광고하고, 그런 미소를 만들도록 노동자를 훈련시키고, 노동자들이 미소를 만드는지 감독하고 방식을 통제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해왔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감정에서 소외되고 감정을 표현하는 기계로 되어 버린 자신들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태가 산업재해보다도 더 위험스러운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노동자를 감정으로부터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이 지속․유지되는 데는 감정노동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혹실드의 지적은 소비자로서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 사람들은 친절해야 돼, 그게 저 사람들 직업이니까”라고 감정노동을 당연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비스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에 친절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화를 낼 권리가 포함되어있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일방적인 친절을 강요하는 회사의 요구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인가라는 지적 또한 소비자 입장의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자신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고객을 감수하라는 회사의 요구는 ‘폭력적’이다. 소비자들은 그러한 회사의 요구를 일면 정당화한다.


 


얼마 전 TV에서 찰리채플린의 영화『모던 타임즈』를 우연히 다시 보며 한참을 키득키득 웃어댔다. 채플린은 근대 산업화 시대에 인간의 노동이 기계 부품의 일부로 전락된 모습을,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의 모습을 서글프도록 우습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40여년 후 혹실드는 인간의 노동이 감정으로부터 소외되는 노동환경을 경고했다. 다시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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