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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녹색세대



 


6년 전, 결혼해 맞이한 첫 설을 지내러 전남 시댁에 내려갔다. 그때 온 몸으로 느꼈던 집안의 냉기가 생생하다. 심지어 집 안인데도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시어머니와 시할머니는 주무실 때 딱 한 몸 눕힐만한 크기의 온돌 매트만을 사용하고 계셨다. 그분들의 절약 정신에 주눅이 들어 그 후로 나도 몇 년간은 시댁에 가면 추운 겨울임에도 찬물로 머리를 감는 궁상을 떨었다. 겨울이 그럴진대 여름은 달랐을까. 에어컨은 아예 없었고, 선풍기 바람도 머리 아프다며 사용 하지 않으셨다. 더우면 샤워하고 쉬면된다 하셨다. 그땐 그렇게 추위와 더위에 고생하면서까지 절약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 후 환경 문제를 좀 더 생활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면서 나는 시어머니의 삶의 방식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마 전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녹색세대’를 읽고 지구에 좋은 생활 습관을 익히기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대하여 치밀한 연구결과나 구체적인 통계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의 미덕은 흔히 환경 문제라는 거대담론의 무게에 짓눌려 “나 하나로 뭐가 달라질까” 식의 회의에 빠지기 쉬운 개인들의 실천에 용기를 북돋워주고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라며 행동에 나서도록 구체적이고 세밀한 친환경 생활방식을 제시하는 데 있다. 게다가 군데군데 소개해주는 여러 일화들은 재미나기까지 하다. 물을 아끼는 방법을 소개하며 ‘소변을 볼 때마다 물을 내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들려주는 ‘색이 누렇다면 놔두고, 진해지면 내리자!’라는 구호 앞에서는 킥킥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 심각한 가뭄이 닥쳤을 때 사용된 구호였단다. 또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종일 쓰는 물보다도 우리가 한번 샤워하는 데 쓰는 물이 더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들려주는 1950년대 미국 소녀들에게는 한 주에 한 번 이상 머리 감는 것도 대단한 사치였다는 이야기에서도 웃음이 터진다.


 


렇다고 저자가 친환경적인 생활 습관을 위해 금욕적이고 철저한 실천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조급해하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아야 한다며 환경보호에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설명, 가팔라지는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더 옳은 선택을 하면 된다는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섯 가지 약속을 제시한다.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 한번 더 생각하기, 사지 않기”. 후스토 곤잘레스라는 신학자는 “필요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주인에게서 그 물건을 빼앗는 행위와 같다.”고 소유욕을 비판하며 재활용을 촉구했고, 150년 전 헨리 소로우는 “아무리 좋은 집이 있어도 지구가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며 지구의 환경 문제를 진심으로 우려했다.


 


난 추석, 시어머니는 여전히 20년 넘게 사용한 곰 솥에 찜 요리를 하셨고, 전을 튀기고 남은 기름은 비누를 만들기 위해 찌꺼기를 채로 걸러 보관하셨다. 또 음식물 쓰레기는 텃밭 퇴비로 사용하려 따로 모으셨고, 점심 밥상에는 옥상에서 손수 가꾼 치커리와 고추를 내놓으셨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어본 적도 없는 어머니의 생활방식은 그 자체가 ‘친환경’적이었다. 사실 우리들 어머니·할머니 삶은 예전부터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왔을 터이다. 단지 도시생활과 소비생활에 익숙하게 성장해온 내가 언젠가부터 그런 모습을 촌스럽다고, 궁상스럽다고 치부했을 뿐이지.


 


컵 사용해 양치하기, 세수할 때 물 담아 쓰기, 플러그 뽑기, 휴대용 컵 들고 다니기·일회용컵 사용 줄이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비닐봉투 사용 안하기, 손수건 사용하기·휴지 사용줄이기…’ 현재 바꾸려 노력 중인 생활 습관들이다. 여전히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예전 버릇으로 돌아가 있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이 친환경적인지 쉽게 결론 나지 않아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내 삶에 변화된 것이 없다면 그 책들이 무슨 소용이냐”는 작가 김훈의 지적을 가슴에 새기며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한 여성에게서 받은 충격적인 이메일을 소개하며 책을 마친다.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로 기억될 것이고 우리는 쓰레기 더미로 기억될 것이다.”


 


늘, 우리는 친환경적인 삶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녹색 실천을 할 것인가?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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